그 놈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놈에게 복수를 할까…. 언젠가는 만나겠지. 그래 논산바닥이 넓지도 않은데 두고 봐라…! 나의 마음에 감옥을 만들어 놓고 그 놈을 그 안에다 무려 6개월 정도나 가두어 놓고 지냈는데…, 드디어 그 놈을 보았습니다.
저는 올해 43살 된 시내버스 기사입니다. 그러니까 6개월 전, 5일장이 서는 날이었습니다. (논산은 3, 8, 13, 23, 28일이 장날이지요.) 버스 승강장에 차를 대려고 하는데, 승용차 한대가 버스 승강장에 불법주차를 해놓은 겁니다. 하는 수 없이 길 한가운데다 놓고 승객들을 태웠습니다. 장날이다 보니 노인 분들께서 짐들을 들고 길 한가운데까지 나와서 버스를 타려 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위험하기까지 한 겁니다.
어느 어르신께서 버스에 올라오시며 "원~, 젊은 놈이 차에 앉아 있으면서 좀 빼주지. 노인네들 고생시키는구먼" 하시기에 보니 한 젊은 남자가 창문을 내리고 다리를 핸들에 걸치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습니다. "아니, 이렇게 버스 승강장에 주차해 놓으면 어떡합니까? 어르신들께서 위험하게 갈 한가운데까지 힘겹게 나오셔야 하잖아요!"하며 나무라듯 말하자 그 놈이 갑자기 "XX끼, 씨XX, 뭔 참견이야? XX야" 하며 욕을 하더니 잽싸게 차를 몰고서는 도망치는 겁니다.
버스로 따라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려서 찾아 다닐 수도 없고, 그냥 기막히고 억울해서 멍하니 있자니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하십니다. "기사 양반이 참어~. 인간 같지않은 놈 말 들어 뭐혀~. 참어~" 할 수 없이 계속 운행을 하는데 너무 분했습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네 놈이 논산에 살면 언젠가는 만나겠지, 논산 바닥 코딱지만한 데서 언젠가는 만날 거야. 그땐 그냥 안 놔둔다'라고 생각하며 그 뒤로 내내 그 놈을 내 마음 속의 감옥에 가두어 놓았던 겁니다.
그런데 그 놈이 역전 **다방 앞에서 차 배달하는 아가씨를 기다리며 서 있는 것을 본 것입니다. 당장 쫓아가 패대기를 치며 그 동안에 쌓이고 쌓였던 억울한 마음을 풀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경솔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며칠을 더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 사이, 그 놈도 날 알아 보았는지 흘끔흘끔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불안하게 내 시선을 피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난 그래도 그 동안 발을 뻗고 잠은 잘 자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이제 와 따져서 무엇을 하겠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지어놓은 마음 속의 감옥을 부수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홀가분하고 행복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언젠가부터 생겼던 두통도 그 순간 없어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 너무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행복한 마음, 미움과 증오의 마음…, 그 것들이 다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요. 모든 것이 마음먹기 나름이잖아요.
충남 논산시 내동 - 배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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