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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단짝 박찬욱·봉준호, 한국영화를 부탁해

입력
2009.03.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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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막의 옛 스타 헨리 폰다와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주연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할리우드 고전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의 크레딧은 화려하다.

서부를 배경으로 미국 근대 역사의 탄생 과정을 파고드는 이 영화의 각본은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 출신의 세르지오 레오네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이 공동으로 맡았다.

베르톨루치는 '마지막 황제'(1988) 등으로 한국에서도 이름 높은 거장. '서스페리아'(1977) 등을 연출한 아르젠토는 공포영화의 명장으로 꼽힌다. 음악도 이탈리아인 엔니오 모리코네의 몫이었다. 크레딧만으로도 당시 이탈리아 영화의 영향력이 느껴진다.

최근엔 멕시코의 '스리 아미고스'(Three Amigos)가 세계 영화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미고(Amigo)는 스페인어로 친구를 뜻하는 말. 스리 아미고스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등의 알폰소 쿠아론과 '헬보이' 시리즈의 기예르모 델 토로, '아모레스 페로스'(2001)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이 세 명의 감독을 가리킨다.

이들 '세 친구'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바벨'(이상 2006) 등을 공동 제작하며 멕시코 영화의 재부흥기를 이끌고 있다.

최근 '매란방'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중국의 첸카이거(陳凱歌) 감독은 '붉은 수수밭'(1988)과 '영웅'(2002)으로 유명한 장이머우(張藝謨) 감독과 한때 짝패를 이룬 적이 있다. 중국 영화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린 첸카이거의 데뷔작 '황토지'(1984)와 '대열병'(1986)은 장이머우가 손에 쥔 카메라를 거쳐 스크린에 투영됐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의 개봉일이 4월 30일로 정해지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5월말, 6월초 개봉을 저울질하면서 충무로가 술렁이고 있다. '왕들의 귀환'으로 깊고 어두운 영화계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박 감독과 봉 감독은 김지운, 정윤철, 류승완 감독 등과 서로의 시나리오를 돌려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충무로의 소문난 '친구' 둘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흥행 릴레이로 한국 영화의 추락을 막아주길 기대해 본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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