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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입력
2009.03.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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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이 또 추진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질병정보 제공과 관련한 논란이 지난해에 이어 보험업계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개정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보험사기 적발 및 방지에 관한 조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국가, 공공단체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다. 최근 경제상황 악화로 생계형 보험사기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보험사기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크게 늘어난다는 주장이 그 근저에 깔려 있다.

지난해 말 보험업법 개정 추진 때에는 국무회의에서 개인질병 정보제공은 적절치 않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강한 반대의견이 제기됐었다. 복지부 관계자는"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사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개인정보를 넘겨주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사기의 조사목적이라고 해도 개인정보는 넘겨줄 수 없고 또 금융보험사기와 관련된 민사나 형사소송이 진행된다 해도 범죄 수사와는 다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질병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현행 형사소송법(제199조)이나 경찰관 직무집행법(8조)에 의해서도 사기 등 범죄사실의 확인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추진되는 개정법은 이와는 별도로 금융위원회가 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중 가장 민감한 정보인 진료내역 등의 자료를 단지 보험사기 조사업무를 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의 목적 외 활용금지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특히 개인의 질병 정보는 가족들 간에도 비밀로 유지하고 싶을 정도의 민감한 사항이다. 이러한 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제3기관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헌법 제17조가 명문으로 보호하고 있는 정보주체인 개인 사생활의 비밀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도 매우 높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금융사기 방지도 중요하지만 환자에게는 이른바'진료권'이라는 것이 있다. 환자의 진료권은 "진료비의 부담 없이 양질의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진료과정에서 "진료정보가 보호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서 환자의 진료권 보호와 소위 금융사기방지의 양 측면이 충돌한다. 그러나 세계 어디에도 보험사를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해 주는 국가는 없다.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가 일반적이다. 반면에 환자들은 자신의 질병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질병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비보험으로 진료를 받거나 아니면 진료를 지연하는 경우가 초래돼 결국 개인의 진료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보험업법이 개정된다면 중대한 질병이 있는 사람은 재계약시 보험료가 상당히 인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보험료가 비싸서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다. 민영보험에는 이른바 '단물 빨기(cream-skimming)'현상이 있다. 민영보험은 건강상의 위험이 적은 고객인 건강한 사람과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상품을 판매한다. 즉 위험을 분산하기 보다는 노인이나 기존 병력자의 보험가입을 제한하는 등 차별적으로 보험에 가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많은 보험회사들이 보험종류에 따라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허용하지 않는가 하면, 보험가입을 해도 일반인보다 높은 보험료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찍이 2002년과 2005년도에 개인질병정보 제공이 인권침해법안이라고 강조되지 않았던가. 돈 없어도 마음 높고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민식 한영신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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