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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겨 퀸' 김연아의 가슴 벅찬 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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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겨 퀸' 김연아의 가슴 벅찬 대기록

입력
2009.03.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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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퀸' 김연아는 완벽에 가까웠다. 빙판 위를 종횡무진 누비는 섬세한 감성 연기와 고난도 기술에는 성숙함과 카리스마,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불 루프로 이어지는 연속 점프와 회전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김연아가 28일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러츠까지 완벽하게 구사해 자신의 종전 세계 최고 점수(72.24점)보다 무려 3.88점 높은 76.12점을 받았을 때 신화는 예견됐다. 29일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프리 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131.59점을 얻어 합계 207.71점으로, '꿈의 점수'라는 200점을 가장 먼저 돌파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로서도 처음이지만 한국 피겨 사상 첫 세계선수권 우승이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얻은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우승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미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두 번 우승한 데 이어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까지 정복했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도 자기 절제를 통해 김연아는 목표를 계획하고 차분히 준비했다. 2년 동안 자신을 따라다녔던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었고, 새로운 기술과 독창적 연기에 도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연아는 "잘할 수 있다"는 자기 긍정과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경기 중 작은 실수에 당황하지 않는 침착함과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반드시 실수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철저함도 김연아의 장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4위로 밀려났지만 영원한 동갑내기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자극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긍정적 태도가 오늘의 '피겨 퀸'을 만들어준 또 다른 요인이었다.

김연아가 우리에게 선사한 것은 단순한 승리의 기쁨, 한국스포츠의 자랑만이 아니다. WBC에서 준우승한 한국야구가 그랬듯, 지금의 국가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와 용기와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김연아가 박수를 받아야 할 또 다른 이유다. 내년 동계올림픽에서도 환상의 무대와 감격의 눈물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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