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선천적 시각장애인 '꿈의 학점' 빛나는 졸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천적 시각장애인 '꿈의 학점' 빛나는 졸업

입력
2009.03.29 23:58
0 0

대학시절 누구나 상상해봤던 전과목 A+, '완벽'한 성적을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해냈다.

숙명여대 교육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경민(21)씨는 지난해 2학기에 6과목(18학점)을 수강하며 전 과목 4.3만점을 기록해 27일 '우등상 시상식'에서 전체 수석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김씨는 "최우수상은 제가 받았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공로자들이 많다"며 "이들 덕분에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씨의 소감대로 그가 장애를 극복하고 완벽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해주는 주위 사람들이 있어서다. 강의실을 이동할 때나 수업시간에 필기를 도와주는 '도우미'들은 김씨가 공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이들은 단순히 '공부의 조력자'가 아닌 '인생의 친구'가 돼 김씨의 고민을 함께하는 고마운 벗이었다.

김씨는 "학교에서 지원해 준 도우미들은 한 학기정도 함께 하는데, 도우미 역할이 끝나서도 연락해 좋은 친구가 된다"며 "이들 덕분에 캠퍼스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씨의 노력과 끈기가 없었다면 공부는 물론 대학생활도 불가능했다. 수업내용을 녹음하고, 또 한글파일로 만들고 이를 다시 점자나 음성으로 변환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김씨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해 부지런해질 수 밖에 없었다"며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면 벼락치기가 불가능해 평소 공부에 전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학습 비법을 밝혔다.

김씨는 대학입학 당시 두 가지 고민이 있었다. 맹학교 출신인 그는 주위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교수님은 물론 친구들이 모두 허물 없이 대해줘 학교 생활이 즐겁다" 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걱정거리가 남아있다. 바로 '책' 문제다. 그는 "400페이지가 넘는 교재를 점자로 만드는데 6개월 이상 걸리는데, 출판사에서 한글파일로 제공해 주면 빨리 변환시킬 수 있지만 저작권 문제로 쉽지않다"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을 위해서라도 이런 부분이 빨리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생님을 꿈꾸는 김씨는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매주 서울맹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그는 "나와 같은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걸 보면 즐겁다"며 "앞으로 교사가 되기까지 넘기 힘든 벽도 있겠지만 계속 노력해 볼 것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