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어수선하다. 여야가 4ㆍ29 재ㆍ보선 공천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판에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 칼날이 정치권으로 겨눠지면서 국회의원 구속과 소환,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 수사를 무조건 과거에 빗대어 '사정 정국'이라고 규정하긴 어렵지만, 여야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과거 '사정 한파'가 정치권을 휩쓸 때와 다르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와 이른바 '법안 전쟁'만으로도 순항을 섣불리 기대하기 어려운 4월 임시국회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벌써부터 야당은 검찰 수사에 의문을 표하면서 4ㆍ29 재ㆍ보선에 미칠 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의 조종' '비상시국' '표적 수사' '공안정국' '사정의 칼날' 등의 말을 써 가며 "비판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민주당이 검찰 수사에 대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는 똑똑히 드러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나라당도 뒤숭숭하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4월 임시국회가 검찰 수사를 단단한 방패로 가로막기 위한 '방탄 국회' 기능에만 충실한 껍데기 국회로 남을 가능성이다. 임시국회를 열어 놓기만 하고 재ㆍ보선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치공방만 거듭하더라도 검찰의 정치권 수사는 걸림돌을 맞게 된다. 그럴 경우 검찰이 이왕 칼을 빼든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비리의 싹을 철저히 잘라내길 바라는 평균적 국민 정서에 반하게 된다.
4월 임시국회의 최대 현안인 추경예산안과 주요 민생법안이 검찰 수사를 축으로 한 정치공방과 재ㆍ보선 분위기에 휩쓸려 소홀히 여겨질 수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국회가 본연의 책무를 게을리하면서도 도의적 책임에 무디어질 수 있는 '면책 상황'의 조성도 우려된다.
여당의 자세와 역할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정국 주도 책임이 클수록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국민적 요구를 앞세울 수 있어야 한다. 본능적으로 반발할 수밖에 없는 야당과 구별하기 어렵다면 이미 여당이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