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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리스트' 정·관계 회오리/ 속속 드러나는 로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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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리스트' 정·관계 회오리/ 속속 드러나는 로비 실태

입력
2009.03.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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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3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006년 5월30일 저녁. 얼굴이 불콰해진 한 무리의 남자들이 김해 북부신도시로 알려진 경남 김해시 삼계동의 번화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과 부산지방국세청 고위 관계자들이었다. 대열 앞에서 이들을 인솔한 인물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이들은 박 회장의 안내에 따라 한 건물로 향했다. '상상'이라는 이름의 고급 룸살롱이었다.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박 회장 '접대 로비'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회장은 수시로 정치인들을 부산과 김해로 초청해 자신 소유의 정산 컨트리클럽(CC) 등에서 골프 접대를 하고 룸살롱에서 향응까지 제공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박 회장 여비서의 수첩에는 2006년 5월30일 박 회장이 정치인들과 세무공무원들을 접대한 내용이 빼곡하게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인들은 이날 오후 정산CC에서 골프를 친 뒤 인근의 고급 일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은 일과를 마치고 이 일식집을 찾았다. 식사 이후에는 '상상'으로 자리를 옮겨 밤 늦게까지 유흥을 즐긴 흔적이 보인다. 검찰 등에 따르면 여비서의 수첩에는 이날 밤 '상상'을 찾은 인원이 12명이었던 것으로 기재돼 있다.

박 회장은 김해시 내동에 있었던 '랑랑'이라는 룸살롱도 애용했다. '랑랑'과 '상상'은 업주가 사촌간으로 사실상 같은 업소였다. '랑랑'은 내외신도시의 중심상권에 위치한 8층 건물 중 1개 층 전체를 룸살롱 공간으로 사용했고 부유층들이 즐겨 찼는 '유흥 명소'였다. 지역 인사들에 따르면 박 회장은 중요 인물들을 접대할 경우 '랑랑'과 '상상'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에게는 접대와 로비의 중요 근거지였던 셈이다.

박 회장 소유의 식당과 골프장도 접대 장소로 자주 활용됐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 민유태 전주지검장과의 골프 모임은 정산CC에서 이뤄졌다. 이들에 대한 식사 및 술접대도 골프장 내부에 있는 고급 식당에서 진행됐다. 그는 김해에 있는 자신의 대형 음식점에서 진행된 고위 공무원들의 회식 자리에도 자주 얼굴을 내비쳤다.

'대리 접대'도 눈길을 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뉴욕 맨해튼의 한식당 주인 K씨에게 국제전화로 미국을 방문한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서 의원의 접대를 부탁했다. K씨는 특히 두 의원에게 자신의 돈을 먼저 내준 뒤 나중에 박 회장한테서 돈을 변제받는 등 '로비 은행'의 역할도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통 큰 씀씀이에 걸맞게 돈을 세는 데 있어서도 일반인과는 차원이 달랐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이 5,000만원은 '5,000원'으로, 1만 달러(약 1,400만원)는 '만원'으로 부르는 게 입에 붙었다"며 "조서를 작성할 때도 그렇게 말해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박 회장이 불법자금 전달 사실을 숨기고 로비 대상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위를 대폭 낮춰 불렀던 버릇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해=이동렬 기자 dylee@hk.co.kr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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