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최근 몽골 정부로부터 통화 스와프를 개설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몽골측이 요청한 스와프 한도는 1억달러. 한ㆍ미 통화스와프 규모가 300억달러인 걸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규모였다. 그래도 외환보유액이 10억달러 수준(2007년 기준)에 불과한 몽골 정부 입장에선 절박한 자금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반응은 "몽골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주기 힘들다"는 것.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통화 스와프 개설은 어렵다는 입장을 몽골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내놓고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결국은 "몽골 돈을 교환해 받아서 우리가 어디에다 쓰겠느냐"는 얘기였다.
이 건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통화 스와프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등 강대국을 향해서는 부지런히 손을 벌리면서도, 정작 몽골 등 약소국들의 지원 요청은 외면하는 모양새다. 자칫 국제사회에서 '얌체'로 낙인 찍힐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외화 유동성 사정이 넉넉치 못한 우리 현실상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당분간 이런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한도 확대, 유럽연합(EU)과의 통화 스와프 신규 체결, 또 일본 및 중국과의 계약 기간 연장 등 강대국들에게 여전히 매달려야 하는 처지다. 반면,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글로벌 신용경색이 가속된다면 우리나라에 손을 벌리는 국가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후진국들 요청은 거절하면서 선진국들에게 손만 벌리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안다"며 "그렇다고 해도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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