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함께 뭉치고 희생정신과 책임감을 공유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하며, 이렇게 하는 사람이 바로 미국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경제성장 8%는 노력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치로, 정부의 책임지는 자세와 지도력, 온 국민의 신뢰와 희망이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
"도덕적, 조직적, 재정적, 정치적으로 위기극복에 하나가 돼야 하며, 최소한의 희생으로 이 곤경을 극복할 것이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최근 각국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력, 즉 팔로어십(followership)을 호소하고 있다. 위기극복의 관건은 리더와 사회구성원의 협력을 통해 사회 응집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
그러나 격동적인 위기상황에서 완벽한 정책을 시행하고 이해관계를 원활하게 조정해 사회구성원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팔로어십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바로 우수한 리더십의 요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위기극복에 성공한 국가나 지역사회에서는 적극적으로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며, 합의된 정책의 실행에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반드시 존재했다고 강조한다. 반대로 무조건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정책집행을 지연시키거나 대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내세우는 경우에는 위기가 더욱 확산됐다.
2001년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 사태는 건강한 팔로어십 부재로 인한 위기확산의 대표적 사례다. 199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는 재정적자 누적 등으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이에 정부는 90년대 중반부터 재정적자 축소 및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회복지 및 노동시장 개혁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재정적자를 외채조달로 충당하면서 대외채무가 급증, 결국 2001년 12월 23일 대외채무 지불유예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아르헨티나의 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주요한 원인은 바로 '페론주의 연대'(Peronist Coalition)에서 찾을 수 있다. 페론주의란 40년대 페론 대통령 이후 아르헨티나에 고착된 인기영합주의(파퓰리즘) 정책 및 그에 대한 국민들의 추종을 의미한다. 페론주의 연대는 페론주의를 바탕으로, 정부의 경제개혁을 저지하려는 일반국민과 노조 및 정치권의 암묵적 공조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재정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복지 지출을 감축하려 했으나 국민과 정치권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오히려 증액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극단적인 도로점거 운동(피케떼로 운동)과 납세 거부 운동을 전개하며 정부와 정치인을 압박했으며, 상당수 정치인도 지지율을 의식해 동조했다. 그 결과 91년 116억달러이던 사회복지 지출은 2000년 267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해 연방 재정지출의 60%에 이르는 기형적 재정구조를 낳았다.
결국 2000년 3월부터 아르헨티나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시작됐으나 정부가 재정개혁에 실패하면서 2001년 자금지원을 유보했으며 그해 12월 디폴트 선언에 이르게 된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문제해결보다 대중인기를 우선한 정부의 잘못된 리더십과 대안 제시력 없는 그릇된 팔로어십이 결국 국가위기를 증폭한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반면 뛰어난 팔로어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있다. 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정책 역시 당시 미국 공화당의 팔로어십이 없었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거라는 지적이 많다.
29년 주식시장 붕괴로 촉발된 대공황으로 33년까지 미 제조업 생산은 55.2% 감소하고 실업률은 4%에서 25%로 급증했다. 민주당 소속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33~35년 사이에 국가산업부흥법, 사회보장법, 국가노동관계법 등 핵심 뉴딜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뉴딜법안은 대규모 공공근로사업, 사회복지제도, 노동조합의 권리보호 등 연방정부의 역할을 확대시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이념과는 대척점에 있었다.
당시 민주당이 충분한 상원의원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야당인 공화당이 '의사진행방해'를 감행할 경우 상원에서 폐기될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정책이 통과되도록 허용해 위기극복에 일조했다. 이후 정파간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도 위기 시에는 타협과 양보를 앞세우는 실용주의가 대세로 자리잡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건강한 팔로어십 부재가 위기극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일례로 최근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은 14개 민생ㆍ경제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해놓고 며칠 만에 약속을 저버렸다. 당리당략 때문에 공약을 저버린 정치인들이 이 법안들을 제대로 심의했을 거란 보장은 결코 없을 것이다.
송영수 한양대 리더십센터장은 "무조건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의식을 갖고 대안을 제시하며 합의된 사항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건강한' 팔로어십이 절실한 때"라며 "지도자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 건강한 팔로어십은
'특허'왕국으로서 IBM의 저력은 전세계 15만명 직원의 '팔로어십(followership)'에서 나온다. IBM이 2001년부터 해마다 개최하는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이란 온라인 콘퍼런스는 전세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창조적인 혁신 아이디어를 내놓고, 서로 토론을 통해 실용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다듬어나가는 장. 회사는 토론의 키워드를 줘 방향을 제시한다.
2006년 잼에서는 4만6,000개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IBM은 그 중 실시간거래서비스, 3D동영상기술, 전자의료기록시스템 등 10가지를 차세대 혁신산업으로 발전시켰다.
IBM의 이노베이션 잼은 팔로어십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최고조로 이끌어내면서 구성원간에, 그리고 조직과의 파트너십을 더해서 기업 즉 조직의 성공을 만들어냈다는 이유에서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직의 운명은 탁월한 리더뿐 아니라 80~90%를 구성원(팔로어ㆍfollower)에 더 크게 좌우된다"며 "최근의 기업 경영에서는 리더가 곧 팔로어가 되고 팔로어가 곧 리더가 되는 구성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기업조직에서는 리더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스타형' 팔로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스타형' 팔로어는 리더의 결정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동의하기 어려울 때는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고, 그리고 적극적ㆍ능동적으로 조직과의 상생을 모색하는 구성원들.
로버트 켈리 미 카네기멜론대 교수에 따르면, 팔로어는 크게 ▦독립적으로 사고하면서 적극적인 '스타형' ▦독립적으로 사고하나 소극적인 '냉소형' ▦리더의 의견을 무작정 따르는 '순응형' ▦리더의 의견을 마지못해 소극적으로 따르는 '수동형'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는 "기업들이 창조경영, 창의경영을 강조할수록 '팔로어십'의 역량이 중요하다"며 "혁신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전문성을 갖고 독립적인 사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팔로어가 성공하고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물론 리더도 구성원의 역량에 맞는 리더십으로 받쳐줄 때 리더십과 팔로어십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적극적인 사고를 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보유한 스타형 팔로어는 기업의 목표달성에서 나아가 위기 극복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경제위기와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팔로어십에 '+α'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 연구원은 위기 상황에선 건강한 팔로어십 발휘를 위해 갖춰야할 덕목으로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역량을 결집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려는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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