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올림픽 출전 선수의 나이 제한을 강화하기로 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근 FIFA 집행위원회에 참석하고 귀국한 정 부회장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IFA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블래터 회장이 올림픽 출전 선수의 나이를 21세 이하로 제한하고 와일드카드를 폐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FIFA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참가 연령은 23세 이하로 제한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와일드카드로 3명을 선발했다. 하지만 올림픽과 유럽선수권대회가 겹치는 데다가 스타급 선수 차출을 둘러싸고 소속 구단과 마찰을 빚으면서 일각에서 올림픽 나이 제한 문제가 대두됐다.
특히 블래터 회장의 이번 결정은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상임위원회인 올림픽위원회와 상의 없이 대륙연맹 회장들과의 모임에서 결정한 절차상의 문제다.
그는 "2006년 뮌헨 총회에서 논의되지도 않은 사안이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대륙연맹 회장 모임은 비상위원회 기능을 하는 것이지, 올림픽 참가 선수 범위를 논의하기엔 적합치 않다"고 꼬집었다.
올림픽 정신의 훼손도 우려했다. 그는 "FIFA가 최악의 경우 올림픽에서 철수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참여하는 이상 최소한 수준 있는 축구를 펼치는 예의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블래터 회장이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축구 가족의 단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올림픽 정신의 문제"라고 강조했던 기존의 행보에도 역행된다는 것이다.
모하메드 함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의 비민주적 처사에 대해서도 엄중 경고했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월드컵 못지않게 올림픽이 중요한 대회다.
그런데도 AFC 총회에서 한번도 이런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동의한 점이 안타깝다. 이는 2013년 이후 22세 대회를 신설하기로 했던 기존 논의와도 정반대 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FIFA가 오는 6월 총회 때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만큼 정 부회장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 AFC 회원국은 물론 FIFA 소속 200여개국과 상의해 올림픽 정신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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