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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 술 아시아태평양 담당 CEO "프라다는 문화행사를 마케팅과 잇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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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 술 아시아태평양 담당 CEO "프라다는 문화행사를 마케팅과 잇지 않는다"

입력
2009.03.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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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트랜스포머'는 순수 문화 프로젝트입니다. 마케팅 활동이 아니라는 점을 정말 믿어주셔야 해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가 기획한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점검 차 이 업체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CEO 세바스찬 술(42)이 최근 방한했다.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서울 경희궁 내에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우스의 설계로 회전형 건축물을 짓고, 4월 말부터 5개월 동안 이 공간에서 무료로 스커트ㆍ미술 전시회 및 영화제 등을 여는 행사. 대다수 기업이 비용 지출 최소화에 힘쓰는 글로벌 경기 침체기에, 프라다가 100억원 가까이 투자해 대형 이벤트를 서울에서 여는 속내는 무엇일까.

"많은 분들이 믿기 어려워 하시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프라다의 철학을 알리는 문화행사일 뿐입니다. 상업적 마케팅으로 보기에는 프라다의 한국 매출은 이 프로젝트 없이도 이미 건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걸요. 패션은 미래지향적 산업이지만, 1913년에 설립된 프라다는 전통적 요소도 강한 기업이죠.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이 같은 프라다의 브랜드 문화를 간접적이면서도 강력하게 알리는 행사입니다."

그는 프라다가 유례없는 대규모 이벤트를 서울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특성이 있고 문화예술 수준이 높은 도시이며, 그 중 경희궁은 수려한 외관과 큰 역사적 가치에 비해 인지도 면에서 평가절하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여년 간 명품 비즈니스에 몸담아 온 그는 특히 이 행사를 마케팅과 결부시키지 않는 이유를 현대 소비자들의 행태 변화에서 찾았다. "패션 업계뿐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4, 5년 전부터 현대 소비자들은 영혼과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에 투자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랜드이름이 아닌 제품의 창의력을 보고 선택한다는 얘기죠. 프라다만 보더라도 단순히 로고가 뚜렷한 제품보다 정교한 최고급 가방과 신발 등의 매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가치지향적 소비 트렌드가 전통과 혁신을 접목한,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등장 배경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직접적인 마케팅이 아님을 강조하면서도 '서울'이라는 도시의 마케팅 효과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150여명의 외신기자 등을 초대함으로써 경희궁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소비자들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해 "무엇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전파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벤트의 전 과정은 한국 업체와 협력해 진행합니다. LG전자의 '프라다폰' 출시 등 2년여 전부터 한국 기업들과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프라다로서는 한국의 뛰어난 기술 역량을 세계에 널리 알릴 계기가 될 듯해 고무적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문화유산인 경희궁의 훼손을 걱정해서다. 술 대표는 "그 같은 우려야말로 시민들이 도시와 문화유산에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프라다의 장소 선택이 탁월했다는 방증"이라며 "문화재청의 철저한 감독 관리 하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일부 손상된 잔디 등은 5개월 간의 행사를 마친 후 원형 그대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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