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수를 마치고 조만간 귀국하는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과거의 '친이 군기반장' 모습에서 탈피해 '조용한 조력자'로의 변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은 한결같이 그가 귀국 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17대 대선이나 18대 총선 때처럼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서 비켜나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 측근 의원은 "당분간 이 전 의원이 자택과 지역구 사무실을 오가며 집필 활동에만 전념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연구한 한반도 평화구상 등에 대한 외부특강 정도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도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둔 정중동(靜中動)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때가 되면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나름대로의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극비 귀국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향후 행보와 관련이 있다. 그는 28, 29일 귀국할 것으로 보이지만 측근들에게조차 날짜를 알려 주지 않고 있다. 떠들썩한 귀국 장면이 연출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자신의 팬클럽에게도 편지를 보내 공항 마중을 나오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성대한 환송을 받으며 출국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귀국한 실세가 그냥 눌러 앉아 있어도 좋은 상황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상득 의원 측과 친이계 주도권을 놓고 한판 경쟁은 거의 불가피하다. 또 다음 달에는 당원협의회 위원장 선거가 잡혀 있어 친박근혜계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당 핵심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당협위원장 선거가 끝난 5월 귀국할 것을 이 전 의원에게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이 전 의원이 매우 섭섭해 했다"고 전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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