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원(F1)은 가장 '럭셔리'한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힌다. 경주용 차량인 F1 머신의 한 대 가격이 100억원에 이르고, 연간 대회의 운영 자금만도 4조원이 든다. 또 지구상에 20명밖에 없는 F1 드라이버들의 연봉은 140억원이 최저 수준이다. 최고 수준의 드라이버는 1년에 순수 연봉만으로 560억원을 벌기도 한다.
1950년 막을 올린 이래 연간 6억명이 시청하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월드컵, 올림픽)로 성장한 F1 월드챔피언십. 올해 역시 오는 29일 호주 멜버른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17라운드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하지만 올시즌 월드챔피언십엔 '작지만 큰' 변화가 있다.
■ 허리띠를 졸라매라
혼다는 지난해 말 F1 철수를 선언했다. 연간 500억엔(약 7,000억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 레이싱팀 운영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도요타 또한 레이싱팀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자동차업계 전반의 불황은 F1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이 같은 뒤숭숭한 분위기는 F1을 변하게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폭 강화된 엔진 사용 규정. 지난해까지 드라이버당 1개의 엔진으로 2경기를 소화해야 했다면 올해부터는 3경기를 1개 엔진으로만 치러야 한다.
또 무제한이던 연간 엔진 사용 개수도 8개로 제한했다. F1 엔진의 가격은 개당 약 40억원. 엔진 규정 개정은 레이싱팀들의 경비 부담을 최소화해 F1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키기 위한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자구책이다.
■ 그래도 달린다
달라진 규정에도 최고시속 350㎞를 찍는 F1 머신의 '질주 본능'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가 기대된다.
FIA는 최다 득점자로 챔피언을 가린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 우승 횟수로 시즌 챔피언을 뽑기로 했다. 매 라운드 우승이 지상목표가 된 드라이버들은 예년보다 훨씬 치열한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홈이 없이 매끈한 슬릭 타이어의 사용을 허용함과 동시에 F1 머신의 앞날개는 낮고 넓게, 뒷날개는 높고 좁게 해 팬들이 더 짜릿한 스피드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 최후의 샴페인은 나의 것
중동의 아부다비가 새롭게 그랑프리 개최지로 진입한 올시즌 역시 맥라렌 소속인 루이스 해밀턴(24ㆍ영국)의 질주에 이목이 집중된다. 해밀턴은 지난 시즌 역대 최연소(23세9개월26일) 챔피언 기록을 작성하며 최근 대영제국훈장(MBE)까지 받은 흑인 드라이버.
이와 함께 페라리의 두 드라이버 키미 라이코넨(30ㆍ핀란드)과 펠리페 마사(28ㆍ브라질)가 해밀턴의 앞길을 막아 설 태세다. 2007시즌 챔피언 라이코넨은 지난해 3위에 올랐고, 마사는 지난 시즌 해밀턴에 단 1점 뒤진 2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 시즌 막판 싱가포르와 일본 그랑프리에서 잇따라 정상에 오르며 종합 5위로 시즌을 마친 르노 소속 페르난도 알론소(28ㆍ스페인)도 3년 만의 챔피언 등극을 벼르고 있다.
MBC ESPN은 시즌 개막전인 멜버른 그랑프리를 29일 오후 5시부터 중계할 예정이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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