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PD 한 명을 체포하고 PD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초강수를 뒀다. 검찰은 방송국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PD수첩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전현준)는 26일 조능희 전 PD수첩 CP(책임PD)와 송일준ㆍ이춘근ㆍ김보슬 PD, 작가 2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서류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25일 밤 이 PD를 자택에서 체포했으며 김 PD에 대한 체포를 시도했다. 김 PD는 집을 비워 체포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이 25일 불출석하자 정오께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뒤 이날 밤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다른 조사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강제 신병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세 차례나 소환에 불응했고 이번에도 불출석하는 등 자진 출석 가능성이 없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구속에 이어 이 PD가 체포되자 언론계 일각에서는 과잉ㆍ표적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언론계에서는 PD수첩 수사가 이명박 정부 비판 여론 잠재우기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한국PD연합회는 26일 "1차 수사를 책임졌던 부장검사(임수빈 전 중앙지검 형사2부장)조차 부당한 수사였음을 실토한 마당에 기어이 제작진을 잡아 가뒀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법리 논란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 PD의 체포영장에 기재된 혐의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고소한 명예훼손 혐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체인 에이미트의 진정에 기반한 업무방해 혐의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가 정 전 장관 등 개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볼 수 있는지, 이 보도와 에이미트의 매출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물론 수사 과정에서 PD수첩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PD수첩은 지난해 4월 광우병 보도 당시의 오역 등에 대해 "단순한 실수"라고 밝혔으나 검찰은 의도적 왜곡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일 의도적 왜곡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질 경우 PD수첩의 신뢰도 저하는 불가피해진다.
관건은 원본 테이프의 확보 여부다. 검찰은 의도적 왜곡 여부 확인을 위해 방송 미공개분과 취재 내용이 모두 담긴 원본 테이프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PD수첩측은 '언론자유 침해'를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MBC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 중이지만 이 경우 방송사측과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져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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