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 문화에는 분명 다른 점이 있습니다. 분단의 환경을 이겨낸 한국의 예에서 보듯 마음 속에 내재된 역량이 동양 문화에는 있습니다. 새 영화 '매란방'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점입니다."
영화 '매란방'(4월 9일 개봉) 홍보차 한국에 온 중국 유명 감독 첸카이거(陳凱歌)는 25일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용기와 의지를 강조했다. 첸카이거는 1993년 '패왕별희'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장이머우(張藝謨) 감독과 함께 1980~90년대 중국 영화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매란방'은 중국 현대사 격변기인 1920~50년대 활약한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의 삶을 통해 예술인의 험난한 길을 그렸다. 첸카이거는 "한 개인이 맞닥뜨리는 두려움과 불안을 용기로 이겨내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한국 배우들의 자살 소식을 접했는데 (연예인의 삶을 억압하는) '종이 족쇄' 때문"이라며 "이는 (경제위기에 내몰린) 세계 모든 사람들의 문제와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종이 족쇄'는 '매란방'에서 예술가가 갇히기 쉬운 내면의 보이지 않는 족쇄를 가리키는 것으로 나온다.
그는 최근 중국 경제발전에 대한 비판적 의식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개혁, 개방 정책 이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사회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저도 영화를 위해 모든 상황에 적응하려 노력해야 했다. 예전엔 적은 돈으로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도 했다.
3년 전 방한 때 "한국영화의 발전이 놀랍다"고 말했던 첸카이거는 "최근 본 한국영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영화가 위기라고 하는데 어느 나라에서든 흔히 있는 일입니다. 침체는 과정일 뿐이고 새로운 인재들이 나타나면 다시 부흥기를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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