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은 공교육 정상화다. 학교교육만 받아도 원하는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일선 학교에 자율과 경쟁의 분위기를 확산시켜 학업성취 수준을 끌어 올리자는 것이 주 목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교육비 경감을 이루겠노라 말하고 있다.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이 흡수하는 교육 정책으로 사교육비 50% 감축이라는 이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목표와 달리 최근 정부는 오히려 사교육의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국제중처럼 로또식 추첨 전형으로 신입생을 최종 선발키로 한 자율형 사립고가 좋은 예다. 정부는 평준화ㆍ비평준화 지역을 막론하고 1차는 내신과 면접, 2차는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키로 했다. 국ㆍ영ㆍ수 등 특정 과목의 필기고사는 금지했다. 올해 30개 자율고에서 흰색 탁구공을 뽑은 학생은 웃고, 빨간 공을 집은 학생은 우는 코미디같은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추첨 전형은 사교육 확산 우려에 따른 선택이다. 별도의 필기시험 전형을 둘 경우 자율고를 겨냥한 사교육이 불길처럼 번질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추첨 전형은 자율고 설립의 의미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실력이 우수하거나 창의성이 뛰어난 학생들이 모두 불합격의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교육 확산이 두려운 나머지 정책의 실효성을 반감시키는 기형적 전형을 낳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추첨 전형이 사교육비 경감에 일조하는 것도 아니다. 사교육 시장은 벌써 내신으로 정원의 3배수를 뽑는 자율고 1차 전형에 대비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별도의 시험 전형을 시행해 자율고 설립 취지를 극대화하든지, 아니면 사교육 확산도 막고 제도의 취지도 살릴 묘책을 마련하든지 해야 하는데 모두 쉽지 않아 보인다. 현 교육 정책에 의한 교육 현장의 혼선은 이처럼 '경쟁'이나 '사교육비 경감'과 같은 상반된 가치가 정책 내에 혼재하면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