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 재원의 상당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해결할 방침을 밝히면서 채권시장에 불안감이 잔뜩 고조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이지만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에서 채권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경우, 금리가 급등(채권값 하락)하고 자칫 회사채 시장이 위축(구축효과)돼 오히려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 달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타던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추경 규모 확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지난 주(19일)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 25일에는 4.48%로 마감됐다. 4거래일 만에 0.33%포인트나 치솟은 것이다.
이유는 공급 과잉 우려. 정부가 기존 발행계획에 더해 추경용 발행치까지 매달 8조원 어치가 넘는 국채를 시장에 쏟아낼 것이라는 예상이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이날 발행물량을 최소화하고 수요 기반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고채 발행 원활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74조원에서 91조원 규모까지 대폭 불어난 국고채 발행물량을 줄이기 위해 당장 시급하지 않은 시장관리용 국채(만기 분산을 위한 조기상환 자금 마련용 국채) 9조6,000억원 어치 발행을 유보, 월평균 발행액을 7조원 수준으로 낮췄다.
또 3년 이상 장기물 시장에 물량이 몰리는 것을 피하고 시중 단기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1년 이하 단기 국고채를 발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국고채 수요 기반 확충차원에서는 ▦신ㆍ구 국채를 맞바꿔주는 국고채 교환제도 5월 도입하고 ▦변동금리부 국고채(FRN)를 발행하며 ▦머니마켓펀드(MMF) 편입 자산 범위를 현행 잔존 만기 1년 이하 국고채에서 5년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 시장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부쩍 늘어난 물량을 시장 스스로 소화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중앙은행이 나서 국채를 매입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높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장기채가 주택대출 금리와 연동되는 미국과는 상황이 달라 한국은행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점도 추가 금리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여러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고 국채선호 수요도 큰 만큼 큰 혼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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