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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잇몸건강이 '오복 보증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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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잇몸건강이 '오복 보증수표'

입력
2009.03.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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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당뇨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친구가 딸과 함께 진료실로 찾아왔다. 당뇨합병증으로 치주병(잇몸병)이 생길 수 있으니 치과검진과 스케일링을 정기적으로 받으라고 조언했기에 3개월마다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오는 친구다. 진료가 끝나고, 손을 씻고 있는데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박 교수, 당뇨병은 제 양보다 적게 먹어야 되지 않나, 그래서 적게 먹으라고 잇몸이 망가지는 것 같아." 한바탕 웃었지만 친구의 쓸쓸한 웃음에 마음이 아팠다.

그 친구가 딸을 좀 봐 달란다. 1년 전에 결혼해 임신했는데, 자신을 닮았는지 이를 닦을 때 자꾸 피가 난다고 하였다. 찬찬히 살펴보니, 임신성 치은염이었다. 임신 몇 주냐고 물어보고 안정적인 시기라 스케일링을 하려 하니, 옆에 있던 친구가 묻었다. "옛날 우리 어머니 시절에는 임신하면 치과치료를 받지 않는 거라고 했는데, 괜찮겠나?"

나는 웃으며, "튼튼한 손주를 보려면 치주병을 예방해야 한다"며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스케일링을 해야 하고, 임신 4~6개월은 안정적인 시기라 간단한 치과치료는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튼튼한 손주라는 말에 환하게 웃는 친구를 뒤로하고 치료를 진행했다.

치주병은 그 병 자체로 문제될 뿐 아니라 전신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심각하다. 미국치과의사협회와 미국치주학회에서는 벌써 오래 전 치주병이 전신질환 특히, 성인병 원인과 관련이 깊고,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발표했다.

성인병의 일종인 당뇨병과 치주병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한 번 걸리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족쇄와 같은 만성병이고, 둘째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뇨병은 혈당관리가 필요하고, 치주병은 세균막 관리를 해야 한다. 셋째는 상태가 심각하게 되기 전에는 자각증상이 없어 무서움을 알지 못한다. 당뇨병은 저혈당성 쇼크나 망막에 이상이 오기 전에는 위험성을 알지 못한다. 치주병은 잇몸이 붓고 이가 흔들려 빼야 할 지경이 돼야 치과를 찾게 된다.

최근 보고된 바에 따르면 치주병이 혈당조절을 어렵게 하고,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치주병이 잘 낫지 않아 당뇨병과 치주병은 쌍둥이라라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미국당뇨병학회는 치주병을 당뇨병의 6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합병증이라고 발표하면서, 치주치료와 정기 치과검진을 환자들에게 권했다.

또한 치주병 원인 세균이 기도나 혈류를 따라 떠돌다 정착하면서 폐농양이나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8년도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치주병으로 치과를 찾은 사람이 연간 670만명에 달한다. 전체 질환 중에 3위로, 1위인 급성기관지염과 2위인 급성편도선염 등이 감기와 연관된 질환임을 감안하면 치주병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이다.

이에 따라 대한치주과학회는 올해 잇몸건강 중요성과 올바른 잇몸 관리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 최초로 '잇몸의 날'(3월24일)을 정하고, '치주병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바로잡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건강한 치아를 노년까지 잘 유지하는 것을 오복(五福)의 하나라고 한다. 그 이유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그저 바라만 보는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우리나라는 급격히 고령화 사회가 됐다. 내년이면 60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0만명을 넘는다고 하니 그 속도에 있어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다. 성인병에 시달리지 않고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정기 치과검진과 스케일링은 치주병 예방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박준봉 대한치주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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