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잠정 타결에 이름으로써, 5억 인구의 세계 최대 경제권과의 무역국경, 경제국경의 해체가 다가오고 있다.
EU는 국내총생산(GDP) 16조6,000억달러로 미국(13조8,000억달러)을 뛰어넘는 세계 제1의 경제력을 가진 최대 시장이다. 교역 규모로 봐도 EU는 우리에게 미국보다 큰 교역파트너이다.
지난해 교역액 928억달러(수출 560억달러)로 중국 다음으로 컸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EU는 아직도 개척의 여지가 많은 시장이다. EU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하다.
더욱이 최근 중국, 동유럽국가 등 경쟁국의 약진이 두드러져, EU시장에서 한국의 세력 위축도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FTA가 EU시장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FTA가 출범하면 한국과 EU 사이에 공산품 관세는 원칙적으로 5년 안에 완전히 사라진다. 최대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한ㆍ미FTA보다는 시장 개방의 시기를 앞당겼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EU는 한국산 중ㆍ대형승용차, 자동차부품, 타이어, 무선통신기기부품, 평판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관세를 즉시 또는 3년 안에 조기 철폐하고, 우리도 중ㆍ대형승용차, 자동차부품, 계측기, 기타정밀화학제품, 의약품 등의 관세를 3년 안에 완전히 없앤다. 수입액으로 보면, 우리가 수입물량의 92%, EU는 93%에 대해 관세를 조기에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對) EU 주력 수출품목인 1,500㏄이하 소형승용차, 컬러TV는 5년 기한으로 관세가 없어지는 등 장벽이 오랫동안 유지되는데,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한ㆍ미FTA와 마찬가지로 한-EU에서도 자동차는 가장 민감한 품목이었다"며 "우리는 즉시 철폐를 제안했지만 EU가 7년을 주장하며 받아들이지 않아 '타협'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한ㆍ미FTA와의 균형, 즉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를 원칙으로 하되, 생활하수처리(환경) 방송용 국제위성전용서비스(통신)에서는 유예기간(환경 5년, 통신 2년) 등을 두는 조건부로 한ㆍ미FTA보다 개방 문호를 넓혔다.
산업별로 득실은 엇갈린다. 자동차의 경우 유럽은 상대적으로 대형승용차에 경쟁력이 있는 반면 우리의 대 유럽 수출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형차에 집중돼있기 때문에, 10% 관세 인하로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 등 이익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유럽산 돼지고기, 치즈 등 낙농제품이 들어오면 양돈 등 축산농가, 가공식품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정밀기계 등 첨단 부품소재 산업도 우리가 워낙 취약한 분야이어서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얼마나 도움이 될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분분하지만, 한ㆍEU FTA가 양측 경제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유럽측 코펜하겐연구소는 FTA로 EU는 최대 43억유로(실질GDP의 0.05%), 한국은 최대 100억유로(실질GDP의 2.32%)의 후생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도 우리 경제가 GDP 2~3% 추가 성장, 수출물량 2.5~5%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측의 최대 관심품목이었던 완성차도 높은 관세 인하로 유럽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등 EU시장으로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며 "이외에도 최근 유럽의 보호주의 강화 움직임으로부터 FTA가 방어막을 쳐주는 것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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