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수출확대가 위기극복의 가장 긴요하고 절박한 과제"라고 전제, "일본과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을 활용하고 강세 일변도의 양국 통화가치 등을 감안해 대일 및 대 중국 수출확대에 전력토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공회장은 또 "거시적인 측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비준과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및 한ㆍ유럽연합(EU) FTA 조기 타결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각국과 얽혀있는 통상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수출 업체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수출 지원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공 회장은 최근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업과 정부 등이 동참하고 있는 '잡 쉐어링'에 대해 "이 시대의 특징은 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찾아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계화가 가속화하고 있어 기업의 해외진출은 막바로 일자리 감소로 연결된다는 사실"이라며 기업 경영여건을 감안한 종합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말했다.
인터뷰=이종재 국차장 겸 경제부장
-정부가 경제난 극복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인데, 정책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경제 위기에 맞서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으로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제때에 예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GDP의 2.4%를 재정지출 할 예정인데,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을 위해 2월말까지 당초 목표보다 5.1% 많은 60조원을 조기 집행했고 상반기 안에 60% 이상을 지출키로 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정책적 대응이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폭적인 외화유동성 공급으로 유동성 문제는 많이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통화 SWAP, 외환보유고 등을 활용해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안정화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효과가 있다면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세계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증가를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개발도상국 경제가 3%대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대부분 선진국들의 경제는 2~3% 감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영향으로 우리 국내경제도 내수, 투자,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의 부진이 우려됩니다. 정부의 내수경기 부양책과 기업들의 수출이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는 올 하반기부터는 회복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무역보호주의를 강화하는 등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데 우리 기업들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방안이 있습니까.
"세계 교역이 8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각국의 보호무역조치가 강화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시장 개척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미국, EU, 캐나다, 인도 등 주력 시장과 조기에 FTA가 발효돼 안정적 수출시장 관리가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녹색성장산업, 지식서비스산업 등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를 수출 산업화하는 한편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 유망시장을 개척해 무역저변 확대에 선도적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중국과 일본시장에 대한 획기적인 수출확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겠습니다."
-2월 무역수지가 2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하향안정화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것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수입이 크게 감소해 나타난 결과입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3월에는 30억불 이상의 흑자가 예상되는 등 당분간 흑자기조는 유지될 것입니다.
물론 고환율은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에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원자재 가격인상 및 환보험과 관련한 환차손 문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하향안정화 되면 수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우리 상품의 이미지 제고 및 품질개선 노력으로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데다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가 다소 회복되면서 세계적인 수요증대가 기대되기 때문에 수출 증가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봅求?"
-한미 FTA 비준이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모두 쉽지 않는데 비준 동의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미국행정부도 한미FTA가 자국에 이득이 되는 협정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나 USTR 내부 인사가 마무리되고 신정부 기본통상정책 방향이 설정이 되는 올 6월이면 확실한 대책을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전에 우리는 자동차분야 등의 협정이 불리하다는 미국의 시각이 잘못됐다는 점을 미국 각계각층에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교육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올 하반기 시기가 무르익으면 우리 민간업계와 미국 업계가 서로 협력해 미 의회를 대상으로 풀뿌리 로비 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지난달 24일 무역협회 회장에 선임됐는데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입니까
"무역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리 수출기업의 고충과 애로를 세심히 파악해 이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무역협회 11개 지부의 직원들 및 각 지부별로 배치된 현장지원 컨설턴트와 지방통상직들을 총동원해 지방 수출기업들의 애로사항 청취에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무역현장의 소리를 듣고 수출기업의 애로타개에 주력하는 미시적 차원의 노력과 함께 좀 더 거시적 차원의 노력으로 우리 무역업계에 직ㆍ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일들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
■ 사공일 회장은/ MB 핵심참모 '실세 단체장' G20회의 기획위원장도 맡아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핵심참모로 경제단체장 중에서도 '가장 힘있는 단체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가 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서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즈니스 프랜드리 정책 마련과 집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 지난달 한국무역협회 제27대 회장에 취임했다.
올해로 69세인 사공회장은 40대에 경제수석,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국제기구, 외국 정부 및 학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광범한 인적 네트워크와 국제적 감각은 현 정부들어 G20 책임을 맡으면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스트라우스 칸 IMF 총재,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비롯한 해외 유력 인사들과 리얼타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이 된 가이트너가 처음으로 만난 외국 인사가 사공 회장이었으며, 최근 내한한 기 소르망은 영종도 공항에서 바로 무역센터로 직행, 사공 회장 면담으로 한국 일정을 시작했을 정도다.
세계경제 침체로 비상국면에 직면한 한국의 수출을 이끌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수출한국호'를 이끌고 있는 사공 회장은 다음달 2일 런던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의 우리나라 기획조정위원장 역할을 맡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 한국무역협회는
한국 수출의 구심점이다. 1946년에 설립돼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이 되기까지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회원사는 6만5,000개로 회원사 규모나 인원ㆍ조직면에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수출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경제단체와 구별된다.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는 무역과 관련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무역 1번지'로 불린다. 이곳에서는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거래알선, 무역사절단 파견, 전시회 개최 뿐만 아니라 무역기금을 조성해 중소 수출기업에게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무역 업체들에게 손쉽게 거래선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거래망과 무역서류를 전자화함으로써 수출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내부에 무역ㆍ통상 분야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국제무역연구원을 두고 있으며, 무역아카데미를 통해 무역ㆍIT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무역 아카데미는 취업률이 높아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정리=유인호기자 yih@hk.co.kr
사진=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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