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감과 적당한 위기의식, 바로 이들을 춤추게 하는 원동력이다. 갖가지 사연을 딛고 새 둥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적생 3인방' 정윤성(25ㆍ전남) 김창훈(22ㆍ포항) 방승환(26ㆍ제주) 얘기다.
수원-광주-경남 등을 거쳐 올시즌 전남 유니폼을 입은 정윤성. 그는 2000년 아시아청소년대표팀(16세 이하)에서 브루나이전 당시 역대 한국인 선수 한 경기 최다골인 9골을 터트리며 이름을 날렸던 '괴물 공격수'였다.
하지만 프로의 길은 험난했다. 2003년 수원에 입단했지만 포지션 경쟁에서 밀렸고, 2006년 광주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수원에 복귀한 뒤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07년 경남에서 14경기 6골 3도움으로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이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성적은 14경기 1골 2도움에 그쳤다.
그러나 정윤성은 전남 이적 후 옛 모습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이천수가 징계로 빠진 지난 21일 인천전(1-1)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나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해결사 기질'을 십분 발휘했다. 지난해 4월5일 제주전 이후 11개월여 만의 골맛이다.
22일 대구전(2-2)서 뒤늦게 프로 데뷔골을 신고한 2년차 김창훈도 비슷한 케이스다. 2007년 고려대 재학 시절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 깜짝 선발되며 주목을 받았던 김창훈은 지난해 제주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고작 1경기 출전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 물 만난 고기 같다. 포항에서 태어나 청림초-포철중에서 축구를 했던 김창훈은 J리그로 떠난 왼쪽 날개 박원재(오미야)의 자리를 꿰차며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포항 관계자는 "포항이 고향인데다 부모도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방승환은 인간 승리의 표상이나 다름없다. 인천 소속이던 2007년 10월 전남과 FA컵 4강전서 심판의 퇴장 판정에 격분해 상의를 벗고 항의하다가 1년 출전정지라는 사상 최악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보란 듯이 재기했다.
지난해 6월28일 복귀전인 광주전에서 1골1도움으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제주 이적 후 알툴 감독의 두둑한 신임 아래 꾸준한 출전을 보장 받고 있다. 22일엔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대어' 수원을 낚는 데 앞장섰다. 알툴 감독은 "방승환의 기량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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