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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결제 시스템과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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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결제 시스템과 나비효과

입력
2009.03.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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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는 미세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의 세계적 금융위기도 따져 보면 작은 제도변화에서 비롯됐다.

그 변화 하나하나는 모두가 찬성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증권화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세금면제 등 제도적 개선을 단행했는데, 만약 이런 제도개선이 없었다면 금융기관들이 지금처럼 대량의 증권화를 통해 버블을 일으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 2004년엔 집 없는 서민들도 모기지를 얻을 수 있도록 했지만, 결국 이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급증했다. 미국에 투자은행이 없었다면, 또 위험관리를 제대로만 했다면, 금융위기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투자은행 육성과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자본시장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증권사가 지급결제에 참여하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더해 보험업법까지 개정, 보험사들도 지급결제 시스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려 하고 있다. 지급결제시스템에 관한 한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것이다.

은행은 특별하다.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대출해주는 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기관보다 강도 높은 감독과 제약을 받고 있다. 결제시스템은 높은 신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다. 또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감독하고 지급결제 기능을 최종적으로 담보해주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 보험사가 참여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우선 보험사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차액결제 대금을 납부하지 못했을 때, 현재처럼 중앙은행이 당좌대출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일 차액거래 금액에 해당되는 담보를 사전에 예치하여 이러한 위험성을 줄일 수 있지만, 과도한 담보예치는 차액거래 제도의 효율성을 훼손한다.

더욱이 결제시스템에 참가한 기관 중에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기관이 있다면, 연쇄적으로 결제시스템이 마비될 수도 있다. 만약 AIG가 결제 시스템에 직접 참가하였다면 미국의 결제시스템은 큰 혼란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생명보험사는 보험계약의 특성상 유동성 관리를 걱정하지 않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다.

따라서 유동자산을 보유할 유인이 비교적 적다. 이러한 투자패턴이 변화하지 않으면 결제시스템 참여시 유동성 부족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보험사의 지급결제 참여시 법률적 문제도 있다. 만약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보험상품이 있다면, 이것은 예금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는 은행법상 규제도 동시에 받아야 한다.

지난 해 입법 예고된 내용에는 구체적 참여방식과 감독 및 안정성 보완방안이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결제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 금융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어떤 금융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먼저 논의하여 결론을 내야 한다. 이런 사항을 시행령에 미룬 채 입법을 서두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확인됐듯이, 금융의 파급력은 무서운 것이다. 결제시스템은 하나의 참가기관이 무너져도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참가기관의 적격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에 나비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결제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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