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명운을 좌우할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24일 직접담판은 일단 결렬됐다.
이날 오후 6시부터 3시간여간 마포 한정식 백조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정(丁)_정(鄭) 담판'은 민주당 내홍의 중대 분수령이었지만,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에 대한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만나기로 약속,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담판 내용을 상세히 전해들은 당의 한 원로는 "앞으로 1주일~열흘 정도면 세상이 바뀔 수도 있는 시간"이라고 말해 극적인 타협 가능성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정 대표는 회동 직후 마포구 상수동 자택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다시 만나서 얘기를 하기로 했지만 아직 만날 시간은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도 "나도 속에 있는 마음, 진정성을 다 꺼냈고 정 대표도 당내 사정부터 어려운 정치상황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설명했다"면서 "정 대표와 나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동운명체"라고 말했다. 선문답식 답변이지만 결론을 유보하는 식으로 여지를 남기고 있었다.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은 회동 직후 강기정 대표 비서실장과 최규식 의원을 통해 4개항을 발표했다. 골자는 "4ㆍ29 재보선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말하고 들었다, 정 전 의장은 귀국과 출마의 진정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정 대표는 선당의 자세로 좋은 협력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의견을 전달했고, 정 전 의장은 이를 존중함과 동시에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당이 경청하고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장소를 철저히 숨긴 채 저녁을 함께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정 대표는 '덕진 공천 불가'라는 지도부 방침을 전달하면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정 전 장관은 밀알론과 민심론을 내놓았다. 민주당 지지층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공천이 이뤄져야 하며, 민주당에 힘을 보태기 위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였다. 자신의 공천에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당심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출마가 이명박 정권의 심판에도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다만 당과 상의 없이 미국에서 출마선언을 한 미안함을 밝히고, 정 대표 체제를 지지한다는 믿음을 주는데 주력했다.
이날 극비 담판이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대화국면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란 관측도 적지않다. 단정적 결렬선언보다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 후속회동으로 파국을 막는 첫 단추를 뀄다는 측면에서다. 두 사람은 "제1야당 대표와 전 대선후보가 만나 흉금을 터놓고 풀지못할 문제가 어디 있겠냐는 자세로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발표했다.
이제 양측의 해결수순에 당 원로그룹의 중재과정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정 전 의장은 김원기 조세형 박상천 문희상 등을 찾아뵙고 당의 고충을 듣고 정 전 의장의 진정성을 말씀드리며 정 대표도 충분히 대화를 나눌 것을 조언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석원기자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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