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확대된다고 한다. 50여 개 대학이 1만 여명을 뽑을 계획이라니, 대입제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기존의 성적중심 선발방식과 달리 학생들의 잠재력과 소양, 창의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로 새로운 공교육 살리기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부작용과 역효과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은 제도의 취지에는 찬성하면서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관한 정보 부족으로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선진형 대입제도 정착을 위한 뜻 있는 노력이지만,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대학과 고교, 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객관성ㆍ신뢰성 확보가 관건
우선 대학은 입학전형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전형은 객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평가시스템 안에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학생을 종합 평가한다는 것은 지원자'개인'의 참된 학업성취 수준과 잠재력, 학습 이력과 경로 등을 다면 평가하는 것인 만큼, 잠재력 평가라는 이름 아래 학력 저하 현상이 초래되지 않도록 과학적인 평가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성에는 학생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 자료를 읽어내는 능력과 면담 기술은 물론이고 학업성취도나 잠재력, 창의성 등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적합한 방법의 숙지와 적용,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등이 포함된다. 입학사정관의 지위와 신분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도 중요한 과제다.
또 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들이 공공적 책무에 기초해 학생선발을 할 수 있도록 엄격한 자체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어렵게 주어진 학생선발 자율권이 일부 대학의 이기주의나 안일함으로 인해 훼손되거나 약화하지 않도록 윤리규정이나 제재 장치를 더 철저하고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일선 고교들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추천서 등 각종 자료를 엄격하게 관리, 운영해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고교 교육에 대한 대학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고교 교육도 변해야 한다. 교육과정 운영의 특성화, 다양화와 함께 다양한 비교과 영역 활동의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이 관심분야를 직접 탐구할 수 있는 학습동아리나 토론 능력을 길러주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과 고교에 못지않게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교육과정 운영에 일선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해 교육과정의 특성화, 다양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 사업 등이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무학년제, 학교간 단위 이수제, 이중 단위제(dual credit), 대학과의 연계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교육 조장'부작용 없도록
제도의 오용이나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학사정관제의 기본방향을 한층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정부 예산 지원을 노린 '무늬만 입학사정관제'가 양산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입학사정관제가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정부와 대학,일선 고교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교육이 끼어 들 여지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고교ㆍ대학 협의체를 가동, '윈윈 전략'을 함께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정광희 한국교육개발원 대입제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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