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전주 덕진 재선거 출마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 대립에는 깊은 뿌리가 있다. 길게 보면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진행돼온 세력 다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 시절 정치개혁을 부르짖은 뒤부터 세력을 결집해왔으며,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총선 이후에는 자신의 계보를 형성해왔다.
이 같은 독자적 세력을 갖고 있는 정 전 장관의 대척점에는 현재 민주당의 신주류를 이끌고 있는 정세균 대표가 있다. 정 대표 중심의 신주류 그룹은 이른바 386세력 및 친노(親盧)세력 등으로 짜여져 있다.
24일 '정(丁)_정(鄭) 담판'에서 정 전 장관은 자신과 정 대표가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386ㆍ친노 세력에 얹혀 나를 배제하는 게 당신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취지의 말을 조심스럽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간의 불신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비롯됐다. 정 전 장관은 '비노(非盧) 노선'을 내걸어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으나 정 대표는 친노세력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정 전 장관은 2007년 4월 당시 노 대통령과 극비 회동을 갖고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범여권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상반된 입장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당시 청와대 회동 직후 정 전 장관을 만났던 측근 의원은 "정 의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어 너무 놀랐다"고 회고했다. 당시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해체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대선에서)이긴다"고 말하며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정 전 장관은 그 해 10월15일 대선후보로 선출되자마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에게 감사 전화를 했다. DJ는 간단한 덕담만 했지만, 노 대통령은 "나와 차별화해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면서 정 전 장관의 대선 전략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우호적인 386그룹의 '정동영 비토 정서'역시 깊다. 한 386세대 의원은 "정 전 장관이 귀국 후 세몰이를 하고 있지만 지금은 정치선배 예우 차원에서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포문을 열 수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친노세력 알레르기'가 심한 구 민주계는 비주류 연합체의 대표적 리더인 정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도다. 구민주계의 한 의원은 "우리한테는 열린당 출신인 정 전 장관이나 386이나 똑같아 보인다"며 "지금 대놓고 찬성하진 않지만 결국 정 전 장관이 덕진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따라서 요즘 민주당 내홍을 당권교체를 노리는 정 전 장관측과 이를 막으려는 386ㆍ친노그룹 간의 치열한 샅바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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