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바이러스가 경상북도에 상륙했다. 고령군이 24일 경북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내 고장 사랑운동'에 동참한 것. 이날 군청은 '내 고장 고령교육사랑카드' 협약식에 참석한 30여명의 주요 인사들이 외친 '고령사랑 화이팅!'이란 구호에 떠나갈 듯 했다.
협약식은 고향 사랑을 실천하려는 열기로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이태근 군수는 "내 고장 사랑운동은 한국일보의 개척정신이 만든 작품"이라고 평가하며 "한국일보와 국민은행을 등에 엎고 고령교육사랑운동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은 "내 고장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되고 백성이 편안하다"며 "이 운동으로 고령이 교육 가야원국(源國)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답했다. 김진억 국민은행 서대구 영업본부장도 "국민은행은 고령군의 동반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향 사랑에는 지위고하,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고령읍 장기리 공업지역의 20여개 업체 대표로 참석한 권대영 장기공단협의회 총무는 "고령군의 교육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카드 사용으로 이를 실천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점숙 경북여성기업인협회 고령지회장은 "교육발전기금이 가능한 많이 적립됐으면 좋겠다"며 "4월 협회 모임에서 이 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회원 모두 동참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역교육에 혁신 바람을 몰고 온 대가야교육원의 신기섭 원장은 "적립금이 많이 모이면 시청각실을 설치해 학생들이 인터넷강의도 듣고, 가능하다면 외국인 교사에게 영어회화도 배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령군은 카드 이용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가야박물관 입장료를 50% 깎아주고, 관내 농산물을 구매할 경우에도 할인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고향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이장환 고령군재경향우회 회장은 "홍보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자"고 제안했고, 강삼문 개진산업단지 협의회장은 "다음 달 열리는 '대가야 체험축제'에 별도 부스를 설치, 고령교육사랑카드 가입자를 늘리자"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이태근 군수도 "카드 사용으로 적립된 마일리지를 고령군에 자동적으로 환원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달라"고 요청했다.
내 고장 사랑운동 본부 측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배우고 간다"며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백재호 고령군 상가번영회장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며 "지역언론에 광고를 내거나 군청에 홍보팀을 구성, 모든 군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고령군의 지역사랑은 이미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군민과 출향민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6억원을 모아 고령군교육발전위원회에 전달했다. 여성기업인들은 '고령사랑 상품권'을 구매해 재래시장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장학기금도 조성했다. 대표적인 관광이벤트로 자리잡은 가야체험축제는 군민들의 자원봉사 덕택에 지난해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유망 축제로 선정됐다. 군청 총무과의 신상진씨는 "매일 500명 이상이 참여해 군민의 자원봉사로 축제가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고향사랑이 남다르기 때문인지 고령군은 요즘 지역출신 인물들의 활약에 싱글벙글이다. 고령초등학교 6학년인 신정한(12)군이 지난달 'KBS퀴즈대한민국'의 최연소 퀴즈영웅으로 등극한 것. 이 군수는 만나는 사람마다 신군을 자랑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또 한국야구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정현욱(21ㆍ삼성라이온스) 선수도 바로 이곳, 고령출신이다. 김영신씨는 "고령 출신이 곳곳에서 활약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령군=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 이태근 고령군수 "타향살이에 멀어진 고향 끈끈하게 이어주는 가교"
"'내 고장 사랑운동'은 중앙과 지방, 출향인과 지역사회를 실질적으로 엮어 주는 전국 네트워크입니다."
이태근 고령군수는 내 고장 사랑운동을 이렇게 정의하면서 "이 운동을 통해 군의 교육 발전을 위한 기금이 확충되는 것은 물론, 군민과 출향인들이 고향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군수는 이어 "낙후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지방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는데 한국일보와 국민은행이 손을 잡아 고향사랑의 전국네트워크화를 구축한 것은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군민 숫자는 1960, 70년대 8만명에서 최근에는 3만5,000명으로 줄었다. 딸기와 메론, 수박의 명품화로 반전을 노렸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해답은 대도시보다 교육 경쟁력이 뛰어나고 전인교육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주는 데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된 것이 사단법인 고령군교육발전위원회다. 최근까지 군비출연금 등으로 63억원의 고령교육발전기금을 모았다. 성적우수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과 무료공립학원 대가야교육원을 운영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는 서울대 합격생을 2명이나 배출했다.
그러나 교육원은 예산 부족으로 희망 학생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는 없는 형편이다. 입원 정원이 중학생 90명, 고교생 90명인데 학년에 따라 경쟁률이 5 대 1을 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 군수는 군과 한국일보 국민은행이 함께 만든 '내 고장 고령교육사랑 카드'의 수익금 전액을 교육에 투자할 생각이다. 우수강사를 더 초빙하고, 보다 많은 학생들이 교육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하는 데 쓸 방침이다.
이 군수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긴 힘들지만 8만명으로 추산되는 출향인의 30% 가량을 끌어 안을 생각"이라며 "출향인사들에게 군 소식지 등을 통해 캠페인 내용을 알리고, 향우회와 동창회 등 인적네트워크도 최대한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금 확충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관내 유관기관과 기업들이 법인카드를 내 고장 고령교육사랑 카드로 쓰도록 적극 권유할 방침이다.
■ 재경향우회·청년회의소 등 앞장
'내 고장 고령교육사랑 카드' 협약식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 카드가 고령군의 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장환 재경향우회장은 "향우회장으로서 지역 발전, 특히 교육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 왔고 기쁜 마음으로 '고향세'를 내겠다"며 "4월 9∼12일 군에서 열리는 대가야체험축제와 5월 서울에서 열릴 재경향우회 총회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입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령 교육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미 고령교육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이나 희사했고, 어린이날 행사 등을 도맡아 주관하고 있다.
그는 또 "서울에 사는 군 출신이 5,000∼6,000명에 이른다"며 "성공한 독지가들이 내는 목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군민과 출향인들의 작은 참여이므로 경제가 어렵지만 모든 향우회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종필 고령청년회의소 회장은 "초ㆍ중ㆍ고생 자녀를 둔 사람들이라면 대구 등 대도시 이주를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나도 마찬가지"라며 "내 고장 고령교육사랑 카드로 군과 주민들이 5, 6년 전부터 추진 중인 교육 여건 개선사업이 탄력을 받고, 학생들이 대도시로 나가지 않아도 좋은 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회장은 "50여명의 JC회원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도 1,000만원의 고령교육발전기금을 기탁했고, 이번 대가야체험축제에 재경향우회원들을 초청하기 위해 본업을 제쳐놓을 정도로 고향사랑운동에 헌신적이다.
내 고장 고령교육사랑 카드로 적립되는 돈은 주로 군이 설립한 고령교육발전기금으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기금으로 운영되는 무료공립학원 대가야교육원은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신기섭 원장은 "기금이 늘면 무엇보다 지역 학생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인력과 시설 문제로 제한받는 교육원 수혜 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