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주 특산품이었던 한라봉은 최근 전남 고흥, 경남 거제 등 남해안 일대에 상륙했다. 대구, 충주는 사과 산지로서의 명성을 강원 영월로 넘겨주고 말았다. 바다에선 과거 흔하디 흔했던 명태가 자취를 감췄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가 따뜻해지면서 특산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지구 온난화에 따른 농어업생산 변화’에 따르면, 거의 전국에 퍼져있던 사과 재배 면적은 1996년 4만3,650㏊에서 2007년 2만9,204㏊로 크게 줄었다. 특히 전남, 경남 등 남쪽 지방에서 사과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온대성 작물 사과의 재배적지는 연평균 13.5℃ 이하 지역인데, 한반도 기온 상승의 여파로 재배지가 종전보다 북쪽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감귤은 제주에서 전남, 경남의 남해안 일대로 영역을 확장했다. 전남의 감귤 재배 면적은 2002년 10㏊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74㏊로 넓어졌다.
농촌진흥청은 평균기온이 2℃ 오르면, 감귤은 전북, 경북까지도 북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도와 복숭아도 주산지가 경북에서 강원으로 이동했고, 1월 평균기온 -3℃ 이하의 추운 곳에선 재배가 안되는 쌀보리까지도 강원 지역에서 나고 있다.
한반도 연안에서도 수온 상승으로 어종의 세대 교체가 한창 진행 중이다. 명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어종으로 1990년 2만7,000톤이나 잡혔으나 2001년 이후로는 생산량이 1,000톤 밑으로 내려가 공식통계에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 명태 생산은 2007년엔 35톤 가량이 비공식 집계로 잡혔으나 지난해에는 거의 제로(0)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울릉도 특산물로 유명한 오징어는 이젠 태안반도 일대 등 서해안에서도 잡히기 시작하면서 해마다 풍어다. 오징어 주요 어장은 여전히 동해이지만, 충남 서해안도 어획량이 2003년 2,000톤에서 2007년 7,000톤으로 급증했다.
통계청은 “한반도 기온이 지난 100년간 1.5℃ 상승했으나 앞으로 2020년까지 1.2℃ 추가 상승하는 등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다”며 “온난화에 대비해 품목 전환 등 국가적 차원에서 농어업 생산 재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