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면서 여섯 살 난 딸이 있는 최정임(34ㆍ가명)씨는 결혼기념일 약속에 앞서 아이를 딸 친구 집에 맡기고 남편과 오랜만에 근사한 저녁식사와 영화관람을 했다. 예전 같으면 결혼기념일 약속을 일찌감치 포기하거나, 따로 비용을 들여 보육시설에 맡겨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대신 최씨는 조만간 있을 딸 친구 집의 집들이 행사 날, 그 집 아이를 저녁시간에 잠시 돌봐주기로 했다.
서울 은평구가 부모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자녀를 지역 내 거주하는 가정들끼리 서로 돌봐주도록 하는 '공동품앗이 육아망' 구축을 추진한다.
육아망에 가입한 가정의 부모는 교통사고 다발지역 등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지역정보와 놀이ㆍ언어 지도 등 보육관련 교육도 받게 돼 서로 자녀를 돌봐주는 것은 물론 보육비용 절감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24일 은평구에 따르면 구는 9일부터 관내 영유아 및 초등학생 등 9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공동품앗이 육아망'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알음알음 이웃간에 아이를 돌봐주는 우리의 고유문화를 조직적으로 확대해 지역사회 친밀도를 높이고 보육기관의 한계도 극복해보자는 취지다.
구는 우선 사회가 핵가족화 등으로 예전에 비해 이웃간 친밀도가 떨어진 현실을 감안, 가까운 지역에 살면서도 서로를 잘 몰라 아이를 이웃에게 맡기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가정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역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육아망 신청 가정 중 지리적으로 가까운 가정들을 대상으로 맞벌이와 전업주부 등 가정별 특성을 나누고, 가정별로 평소 어느 시간대 아이를 맡기고 돌봐줄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해 조건이 맞는 가정을 서로 연결해주기로 했다.
또 각 지역별로 육아망 참가 부모 중 희망자를 '코칭리더'로 양성, 보육교사 역할을 겸하도록 해 육아망 가정들의 보육에 대한 전문성도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코칭리더'는 전문교육을 통해 놀이지도, 언어지도, 아동간호 등 분야별로 양성되며 이들은 각 지역별 육아망의 리더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구는 이 경우 육아망에 가입한 가정들이 스스로 어린이집과 놀이방 등의 역할도 일부 소화할 수 있게 돼 보육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육아망이 정착될 경우 관내 보육시설들의 수익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일부 보육시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박소라(25) 건강가정사는 "관내 모든 보육시설에 육아망과 보육시설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육아망은 보육시설과 달리 불규칙적이고 짧은 시간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라는 것을 보육시설들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웃 아이를 내 자식과 같이 대하는 마음가짐'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육아망 사업은 이 부분과 함께 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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