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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계기 존엄사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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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계기 존엄사 재점화

입력
2009.03.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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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당시 인공호흡 등 생명 연장 치료를 받지 않은 사실을 적극적인 존엄사 선택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자연스러운 임종으로 볼 것인가. 고인의 선종 한 달여를 지나면서 천주교계 안팎에서 존엄사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존엄사를 지지하는 쪽에선 김 추기경의 선종을 존엄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반면 천주교 측은 "김 추기경의 죽음을 존엄사로 왜곡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논란은 선종 전후 상황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고인은 선종에 훨씬 앞서 의료진 등에게 "단지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의료진들은 지난해 10월 일시적 호흡곤란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도, 또 선종 때에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10일 서울고법 민사9부 이인복 부장판사가 내린 '존엄사 허용' 판결과 관련한

논란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피고 측인 신촌세브란스병원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러나 이 병원에 입원 중인 뇌사 환자 김모(76)씨와 자녀들을 대리해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를 제거해달라는 소송을 벌여온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은 "상고가 진행될 경우 김 추기경 사례를 법정 자료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의 존엄사 법제화 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신 변호사는 "고 김수환 추기경은 폐렴 환자여서 기관 삽관이나 절개를 하면 생명 연장이 가능했지만 존엄사 선택을 통해 '인공적인 생명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평소의 소신을 지키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주교는 김 추기경 선종이 교의와 달리 존엄사 지지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자 최고기구인 주교회의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지난주 끝난 주교회의는 생명윤리위원장 장봉훈 주교 명의의 성명을 통해 "김 추기경의 선종을 두고 사회 일각에서 '존엄사를 선택했다', '인공호흡기만 떼내는 전형적인 존엄사다'라는 말로 집단의 주장과 이익에 악용하고 있음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경고했다.

장 주교는 "물론 (김 추기경은) 기계적인 장치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려고 하지 않았고 시도되지도 않았다"며 "(그렇다고 해서) 이런 죽음을 추기경님께서 죽음을 선택하셨다는 논조로 오해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이어 "최근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존엄사법 입법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와 함께 법 제정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천명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7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안락사와 존엄사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개신교단과 의료계의 대표자들이 발제하는 이 토론회에 대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측은 "존엄사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재판 여부가 아직 미정이고 관련법 청원도 제출된 마당에서 김 추기경 선종이 논의의 새로운 불씨를 던진 셈"이라며 "기독교 차원의 입장을 조속히 정리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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