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회원국을 위해 상환 조건과 대출 신청 자격을 대폭 완화한 새로운 단기 외화 자금 대출 제도를 내놓았다. IMF로부터 자금을 제공받는 과정에서‘IMF 구제금융 신청국’으로 낙인 찍힐 수 있는 문제점도 개선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IMF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집행 이사회를 열고 신축적 신용공여제도(FCL)를 도입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회원국 대출의 액수에 제한이 사라지고 대출 기간도 최대 5년까지 허용된다. 인출 시기도 신청 국가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며 대출 신청에 대한 최종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모든 내용이 비밀로 유지된다.
AFP통신은 “대출 금액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실제적인 대출 한도는 대출 신청 국가가 IMF에 납부하는 분담금의 10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한국이 IMF로부터 일시에 인출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지금의 두 배인 440억달러(약 60조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FCL은 IMF의 회원국 지원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제도가 회원국들이 금융 위기를 헤쳐나가고 유지 가능한 성장으로 복귀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회원국을 위해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를 내놓았으나 지금까지 신청 국가가 단 한 곳도 없자 이번 개선안을 내놓았다.
SLF는 대출 한도를 회원국이 IMF에 납부하는 분담금의 500% 이내로 제한하고 있고, 상환 기간도 3개월 이내를 원칙으로 최대 3회까지만 가능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SLF는 한국, 멕시코 등 주요 신흥국을 상정해 만들어졌으나 이들 국가가 구제금융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IMF는 다음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출 재원 확충 방안을 놓고 참가국의 합의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3,500억달러 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본이 1,000억달러를 제공했고 유럽연합(EU)이 1,000억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도 1,000억달러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AFP통신은 “새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FCL이 활성화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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