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질병'인 결핵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생긴 결핵환자는 3만4,157명으로 전년도 3만4,710명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도 2007년 한내 동안 2,376명으로 2005년 이후 매년 2,500여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이 같은 결핵 발생과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인구 10만명 당 결핵 발병률은 80명을 넘어 싱가포르(26명), 일본(22명)보다 3~4배 높다. 심지어 OECD에 가입하지 않은 스리랑카(60명)보다도 높다. 또한 OECD 주요 국가들과 달리 청년층인 20~30대 신규 환자가 32%를 차지해 여전히 후진국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일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 박사가 1898년 3월24일 결핵 원인균을 발견한 것을 기념해 제정된 세계 결핵의 날(24일)을 맞아 우리 국민 5만1,000여명이 앓는다는 결핵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풀어본다.
■ 결핵은 고령층이 걸리는 병이다?
결핵은 고령인에게만 흔한 질환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결핵 감염자는 20~3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대가 19%로 가장 많다. 이어 70대 이상 17%, 30대 16%, 60대 13%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이다.
젊은이가 많이 걸리는 것은 고령인과 달리 일반인들과 접촉이 많아 서로 옮기고 옮는 악순환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 BCG 예방접종을 하면 결핵에 걸리지 않는다?
아쉽게도 아직 결핵 예방접종은 없다. 어린이의 경우 결핵균에 감염됐을 때 면역이 약하므로 폐결핵 뿐 아니라 치명적인 결핵성 뇌막염이나 결핵성 골수염 등에 걸릴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려고 BCG 접종이 권장되고 있다.
BCG 접종을 했다고 해서 어른에게서 폐결핵의 발생을 줄이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에서 심각한 결핵으로 악화하는 것은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어렸을 때 BCG 접종을 했더라도 어른이 돼 결핵에 감염될 수 있다.
■ 결핵환자는 수건과 식기, 식사를 따로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다. 가족 가운데 폐결핵 환자가 있으면 대부분 음식을 따로 먹고 그릇을 소독한다. 그러나 폐결핵은 공기로 전염되므로 음식을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 키스나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감염되는 것도 아니다. 식사나 식기 등과 마찬가지로 침으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핵균은 수건, 식기, 식사를 통해서보다 대화를 통해 전염될 위험이 높다. 결핵균의 전파는 대부분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가래에 있는 균이 주위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가 일어난다.
보통 말하면서 옮을 수 있으며, 환자가 뱉어내는 균의 수가 많을수록, 환자와 가깝게 접촉할수록, 접촉기간이 길수록 결핵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 결핵 환자는 직장을 쉬어야 한다?
과거에는 결핵에 걸리면 요양소에 갔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핵으로 병원을 찾기 전까지가 더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순간부터 결핵 전염 위험성은 크게 낮아져 약을 복용한지 2주가 지나면 전염될 위험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굳이 가족과 격리돼 생활하거나 직장을 쉴 필요는 없다. 다만, 병원 학교 학원 요식업 종사자 등은 치료시작부터 2주 정도는 근무처를 벗어나 있어야 주변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결핵은 6개월 치료로 부족하다?
폐결핵은 6개월 동안 항결핵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거의 완치된다. 따라서 6개월 이상 약을 먹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결핵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고 중간에 중단하거나, 약 종류를 마음대로 바꾸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지고 아예 약을 먹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이때는 독성이 더 센 2차약을 적어도 1년6개월 이상 먹어야 치료할 수 있다. 항결핵제는 1차약과 2차약으로 나뉘는데, 1차약이 효과가 뛰어나고 독성도 적어 결핵을 처음 치료할 때 사용하게 된다. 대부분의 항결핵제는 간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간 기능을 수시로 점검하며 복용해야 한다.
■ 결핵에는 개고기가 좋다?
결핵을 고치는 데 개고기 등 보양식이 좋다는 속설도 사실과 다르다. 과거 먹을거리가 충분치 않아 영양결핍 문제가 심각했을 때 나온 말일 뿐이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고원중 교수는 "개고기가 결핵에 좋다는 증거는 없다"며 "결핵 퇴치엔 6개월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고원중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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