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자신감이었을까, 사인 미스였을까.
임창용(33ㆍ야쿠트르)은 24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WBC 결승전 3-3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2ㆍ3루에서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에게 통한의 2타점 중전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1루가 비어 있었고, 투 아웃에 왼손 타자였다. 여기에 이치로는 전 타석에서 임창용으로부터 홈런성 2루타를 때리는 등 3안타를 뽑아냈을 만큼 타격감각이 좋았다. 누가 봐도 명백한 고의4구 상황이었다.
그러나 초구에 바깥쪽 볼을 던진 임창용은 2구째 몸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정면 승부를 암시했다. 3구째 이치로의 파울을 유도해내 2-1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자 더 욕심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치로가 연거푸 파울로 커트해내자 임창용은 볼카운트 2-2에서 8구째 체인지업을 낮게 떨어뜨려 헛스윙을 유도하려 했다. 그러나 임창용의 체인지업은 한가운데로 몰렸고, 이치로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경기 후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고의4구 사인은 아니었지만 포수 강민호에게 어렵게 승부하라고 분명히 지시했는데 임창용이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며 "포수에게 공을 일어나서 받으라고 사인을 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임창용은 "강민호의 사인을 보지 못하기도 했지만 이치로와 꼭 승부해보고 싶었다"고 정면 대결을 택했음을 시인하면서 안타를 맞은 공에 대해서는 "변화구를 낮게 던지려 했는데 실투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굳이 벤치 사인이 아니더라도 정면 승부는 위험 천만한 상황이었다. 결국 임창용의 지나친 자신감이 화를 부른 셈이다. 결승전, 그것도 연장전이었던 만큼 '돌아갈 줄 아는' 지혜가 아쉬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스앤젤레스=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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