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햇살, 강변에서 불어온 바람, 오후의 뜨거운 지열(地熱), 이틀 전에 내린 소나기. 이와 같이 일상의 자연현상을 에너지로 활용해 에너지 소비 '제로'에 도전한다는 한 건설회사 광고가 최근 TV 전파를 타고 있다. 과연 비, 바람, 햇빛 등 순수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는 주택 건설은 가능할 것일까.
공상소설에서나 실현될 수 있는 아이디어 같지만, 이는 현실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다. 이미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이런 기술을 주택 시공에 접목한 친환경 아파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단순 주거 개념에 그쳤던 주택이 바야흐로 자연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첨단 친환경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그린홈'(Green Home)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24일 대림산업이 준공한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 '대림 양지 e-편한세상'. 이 달 초 입주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내부도로 곳곳은 이사 차량과 인테리어 업체, 통신ㆍ가전제품 매장의 홍보 부스들로 붐비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 정문과 후문에는 다른 단지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바로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단지에서 필요한 전력의 일부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곽수윤 공사팀장은 "아직 시범 운용 중이라 전력 용량이 크지는 않지만, 관리동 등 주민 공용시설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은 충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단지 내 가로등에도 모두 소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달려 있다.
특히 주민복지관은 대림산업의 친환경ㆍ저에너지 기술이 집약된 '3리터 하우스'의 핵심 개념들이 적용됐다. '3리터 하우스'는 1㎡ 당 1년에 3ℓ의 연료만으로 냉ㆍ난방이 가능하도록 특수 설계된 주택이다.
일반 주택의 대개 1㎡ 당 연간 12~16ℓ 정도의 연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3리터 하우스'는 일반 창호보다 단열 기능이 4배 이상 우수한 창호와 단열재를 사용, 70% 이상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화장실에 들어서니 소변기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아무리 찾아봐도 용변 후 물을 내리는 버튼이나 자동센서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름하여 '물 안 쓰는' 소변기이다.
곽 팀장은 "특수 카트리지가 소변은 통과시키고 배관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차단하는 구조로 설계된 소변기"라며 "특수 약품으로 소변기 겉면만 정기적으로 닦아 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 특수 소변기는 관리사무소와 주민공동시설의 남자화장실에 설치됐다.
최권종 현장 소장은 "지방은 물론 수도권 아파트조차 미분양ㆍ미입주로 건설사들의 고민이 많은데, 우리 단지는 친환경 주거공간을 갖췄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변 단지에 비해 입주율이 훨씬 뛰어나다"며 "신재생 에너지가 쓰이는 만큼 관리비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랑했다.
이 아파트 단지에 적용된 기술은 실제 이용 가능한 친환경ㆍ저에너지 기술 가운데 극히 일부일 뿐이다. 대림산업이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건축환경연구센터에 지은 '3리터 하우스'에서는 이보다 훨씬 앞선 미래형 그린홈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대림산업은 냉ㆍ난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3중 유리 ▲태양광ㆍ풍력 발전 시스템 ▲지열 시스템 등 그린홈을 위한 12가지 핵심 기술 외에도 수십여 가지의 미래주택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분양가 인상을 우려해 아직 '3리터 하우스'의 핵심 기술을 실제 아파트에 100% 적용하진 않고 있지만, 상용화가 이뤄지는 기술부터 점차 시공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대림산업 건축사업본부 김양섭 상무는 "2012년이면 현재 연구 중인 친환경ㆍ저에너지 기술을 실제 시공에 모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냉ㆍ난방 비용이 들지 않아 에너지 소비가 '제로'인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그린홈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 대림산업 김양섭 상무 "그린홈 빠른 대중화 위해서는 정부 지원책 필요"
"친환경ㆍ저에너지 기술은 향후 모든 주택 건설에 있어 필수 불가피한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김양섭(51) 대림산업 건축기술본부 상무는 "아직 '그린홈'(Green Home) 개념이 걸음마 단계이지만, 앞으론 친환경 건축기술을 선도하는 회사만이 미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며 "그린홈 건설은 단순히 살기 좋은 집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친환경ㆍ저에너지 건설 자재를 생산ㆍ시공하는 기업에 정부의 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가 제공되면 우수 기술인력을 고용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게 되고, 친환경 자재도 지금보다 훨씬 싼 값에 공급될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책 마련을 요청杉?
김 상무는 "친환경ㆍ저에너지 기술 설비들이 각 아파트 현장마다 갖춰지면 하드웨어 운영은 물론 유지ㆍ보수를 위한 기술인력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연쇄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상무는 "그린홈에 대한 연구ㆍ개발(R&D) 비용이 아파트 청약자 등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에서는 상용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그린홈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R&D를 촉진시킬 수 있는 재정 지원과 같이 보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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