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활개치는 환절기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손에서 책상이나 문의 손잡이 등에 옮겨졌다가 그걸 만진 사람의 손을 타고, 다시 코나 입 속으로 전해진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전염병을 60%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손 씻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77.6%)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47.9%)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화장실을 사용한 뒤에도 다른 사람이 있으면 많이 씻는데(74.3%), 없으면 잘 안 씻는다(49.7%)고 한다.
대한의사협회와 질병관리본부는 수년째 '1830 손 씻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1830은 손을 매개로한 전염병 예방을 위해 1일 8회, 1회 당 30초 이상 손을 씻자는 뜻으로 만든 구호다. 손 씻기가 왜 중요한지, 또 올바른 손씻기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손만 잘 씻어도 전염병 60% 예방
손은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면서 각종 유해세균을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위다. 보통 한쪽 손에만 6만마리 정도의 세균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감기가 직접 코를 통해 전염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데 사실은 바이러스에 묻은 손을 입이나 코에 갖다 댐으로써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자주 손을 씻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손만 제대로 씻어도 감기는 물론 콜레라, 세균성 이질, 식중독, 유행성 눈병 등 전염병의 60%를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손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언제 손을 씻는 게 좋을까. 일상생활에서 자주 씻어야 한다. 우선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기타 해산물, 저온멸균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와 유제품 등 날음식, 씻지 않은 샐러드 내용물, 과일과 야채, 흙, 인간과 동물의 대장, 정수하지 않은 물, 먼지, 곤충 등을 만지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또 천으로 된 행주를 사용했거나 주방을 청소한 뒤,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는 손을 씻어야 한다. 특히 공중 화장실 변기 손잡이와 수도꼭지를 만지면 감기를 일으키는 라이노바이러스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래된 책과 돈도 세균의 주요 서식처이며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사용했어도 엄청난 양의 세균과 접촉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작업하면서 무얼 먹게 되고 여기서 나온 음식부스러기가 자판 틈을 통해 빛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있다가 습기 등과 결합하면 세균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된다. 이외에도 가족이 자주 사용하는 전화기와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는 여드름과 뾰루지의 원인균이 있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적어도 귀가 후, 식사 전, 화장실에 다녀올 때 정도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가르쳐야 한다. 손은 자주 씻을수록 좋으며, 특히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수시로 씻도록 한다. 또한 이처럼 손을 자주 씻는 것이 결코 결벽증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위 사람에게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 하루 최소 8회, 손톱까지 씻자
아무리 손을 씻어도 그냥 물에 손만 대충 비비기만 하면 소용이 없다. 손에 비누를 묻혀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씻어야 한다. 손깍지를 끼고 손가락 사이를 문질러 씻고 손가락으로 손바닥 손금을 긁어주기도 한다.
손가락은 손바닥으로 감싸서 따로 씻어야 하며 특히 엄지를 깨끗이 씻는다. 손바닥뿐만 아니라 손등과 손목도 씻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양손 손톱을 맞닿게 해 비벼준다. 반지 낀 사람은 반지 쪽도 씻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 손에 감염된 바이러스는 3시간 이상 활동하므로, 하루에 최소한 8번은 씻어야 손으로 인해 전염되는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비누가 일부 세균을 어느 정도 죽일 수 있지만 감기를 유발하는 라이노바이러스 등은 없앨 수 없다. 하지만 비누로 손을 씻으면 각종 세균이나 박테리아를 씻어낼 수 있다.
물기를 잘 말리지 않으면 헛수고다. 젖은 손은 물기를 제거한 손보다 500배 많은 세균을 옮기기 때문이다. 손을 씻은 뒤에는 면수건보다 종이 타월로 닦는 게 낫다.
요즘 수도꼭지에 손을 대지 않는 자동 수도나 발로 페달을 밟으면 물이 나오는 수도를 사용하는 곳이 있는데 이는 모두 위생을 위해서다. 손을 씻고 수도꼭지를 잠그다 수도꼭지에 묻은 병균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요즘 흔히 보는 온풍 건조기(디스펜서)는 금물. 기계 안에서 번식한 세균이 다시 우리의 손 안으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평소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이 같은 버릇을 고쳐야 한다. 아이들이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버릇도 없애도록 한다. 손ㆍ발톱이 길게 자랐는데도 그대로 두면 병균 온상이 될 수 있으므로 항상 단정하게 잘라야 한다.
손씻기는 눈질환과 피부병, 식중독 같은 여름철 감염질환 뿐만 아니라 감기나 독감 등 겨울철에 유행하는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을 모두 크게 줄일 수 있다.
●도움말을지대병원 감염내과 윤희정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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