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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대한민국 상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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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대한민국 상징물

입력
2009.03.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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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뚜렷한 국가 상징물이 없다. 한 국가의 상징물은 여러 국가 이미지들 중에서도 다른 나라에 없는 고유하고 특수한 것, 그러면서 긍정적인 것이어야 한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한국의 대표 상징으로 삼기에는 너무 문화적이지 못하다. 미적인 면에서도 상징 디자인으로 개발하기 곤란하다. 불국사, 석굴암 같은 것들은 훌륭한 문화 유산이지만 중국·일본 것들과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설악산, 제주도는 아름답지만 일본 후지산 같은 뚜렷하고 강한 이미지가 없다. 그렇다고 깨진 기왓장을 백제의 얼굴이라고 상징으로 삼는 것은 우리 안에서는 좋을지 모르나 외국에 내세우기에는 너무 빈약하다.

전통과 현재 아우르는 한글

그런 것들보다는 한글을 국가 상징물로 개발ㆍ 디자인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다. 한글은 우리의 가장 고유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며, 정보통신 산업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글자다. 한글을 한국의 상징물로 삼으면, 첫째 한국의 고유성이 두드러질 것이고, 둘째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을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고, 셋째 한국의 정보 산업 발달 또한 세계 만방에 널리 알릴 수 있다.

우리가 세계를 향해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불교 유물이나 민속, 또는 얼마 남지 않은 옛 건물 같은 전통 문화 유산보다는 최근에 이루어낸 눈부신 발전상이다. 그 중에서도 정보통신 산업과 민주화가 두드러진다. 이런 이미지를 외국에 심어야 하는데, 한글은 이와 훌륭한 짝을 이루는 중요한 국가 상징이자 이미지가 될 수 있다.

한글 상징물은 한글 자모를 형상화할 수도 있고, 아니면 예를 들어'한'과 같은 음절 또는 낱말이나 구절의 형태로 만들 수도 있다. 또 한글로만 디자인하기가 조금 어색하다면 이를 나라꽃인 무궁화와 같이 조합하여 무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글과 같이 할 다른 전통 또는 고유 상징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통 창틀 문양이나 청사초롱 같은 것도 한글과 같이 디자인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여러 개 만들어도 무방하다.

국가 상징물을 디자인할 때 색채 디자인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을 연상시키는, 다시 말해 한국적인 빛깔 또는 그 빛깔들의 조합을 창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진한 검정과 빨강을 조화시킨 것은 일본적인 느낌을 준다. 이런 색채 디자인이 한국에도 깊숙이 침투했다. 이는 전통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현대에 자연스레(?) 창조된 일본 빛깔이다.

우리는 아직 이런 한국적 빛깔을 개발하지 못했다. 축구대표팀의 빨강·파랑은 아니라고 본다. 세련된 빛깔이 아니고 우리 전통과도 관계없다. 세련되었거나 전통과 관련 있거나 둘 중 하나는 되어야 하고, 외국을 연상시키는 빛깔이 아니어야 한다. 얼핏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색동 빛깔, 황토 빛깔, 단청 빛깔 등인데, 전문가들이 고심해주면 좋겠다.

'다이내믹 코리아'넘어선 구호를

한국의 상징 구호로 정부는 몇 해 전에 '다이내믹 코리아'를 정했다. 반응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힘차게 들리기는 하나, 우리는 이제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하지 않나 한다. '다이내믹'하게 건설하기도 하지만 다이내믹하게 사고 치기도 하는 게 한국이다.

이것이 20세기 후반기의 한국이었다면 21세기의 한국은 좀 더 성숙한 문화 국가, 문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역동'은 개발도상국을 연상시킨다. 중국, 그것도 상하이나 셔먼에 어울리는 구호다. 좀 더 깊이 있고 정신적이고 문화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발전상을 담을 수 있는 구호를 개발해야 한다.

정부에서 추진하겠다고 하는 국가 브랜드 사업도 경제 발전만이 아니라 이런 문화적인 요소들을 잘 고려하여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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