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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민간 직업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지휘자 박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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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민간 직업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지휘자 박치용

입력
2009.03.25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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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워낙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합창단이 참 많기도 하다. 직업 합창단으로 국립합창단 외에 지자체마다 도립ㆍ시립ㆍ구립합창단이 있고, 아마추어 합창단은 교회와 성당 성가대를 비롯해 기업의 사내 합창단과 동호인 합창단까지 수없이 많다. 하지만 민간 직업 합창단은 딱 하나, 서울모테트합창단뿐이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이 단체를 만들고 이끌어온 지휘자 박치용(46)은 "20년간 내내 위기였고 늘 벼랑에 서는 기분이었지만 그런 위기의식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말한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26세 때인 1989년 '가장 순수하고 이상적인 모델의 합창단'을 목표로 이 단체를 만들었다. 주변에서는 얼마나 버틸지 걱정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돈 문제다.

다른 민간 직업합창단은 길어야 5년을 못 넘기고 모두 사라졌다. 고마운 후원자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도 이 단체의 예산과 단원 월급은 국ㆍ공립합창단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하지만 연주 수준은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2002년 10월 한국 대표 합창단으로 일본 문화청의 공연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고, 2005년 제3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에서 단체로는 처음으로 음악 부문 대통령상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 받았다. 오직 음악에 헌신하는 자세로 지휘자와 단원들이 서로 믿고 존중하며 이룬 결실이다.

이러한 성과는 이 단체가 매우 진지하고 학구적인 음악을 해 왔음을 감안하면 더욱 가치가 있다. 창단 10주년인 1999년 헨델의 '메시아'를 국내 최초로 완창했고, 바흐 서거 250주년이던 2000년 4회에 걸쳐 바흐의 합창곡을 연주하는 등 국ㆍ공립 합창단도 잘 하지 않는 학구적인 공연을 해 왔다.

특히 교회음악에 관한 한 국내 최고로 꼽힌다. 교회음악은 서양음악의 뿌리라는 점에서, 종교를 떠나 인류 공통의 귀한 유산이다.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정도를 걷자는 자세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음악성과 정신의 최고치를 요구하는 음악을 하려고 노력해왔죠. 대중적인 공연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대중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니까요. 중요한 건 음악의 본질과 참된 가치를 지키는 것입니다. 지휘자 아르농쿠르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음악이 기쁨을 주는 데 그친다면 그만두겠다. 음악의 가치는 기쁨을 넘어 감동을 줘서 인간의 삶을 바꾸는 데 있다'고. 죽을 결심을 했던 사람이 우리 연주를 듣고 살기로 했다는 편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음악은 그만큼 힘이 있어요."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첫 공연으로 31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연주한다. 연주에 3시간이 걸리고 어린이합창을 포함한 3개의 합창단과 2개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대작으로 합창음악, 교회음악을 떠나 서양음악사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걸작이다.

규모가 큰 데다 제대로 연주하기가 어려워 지난 20년간 국내에서는 부천필코러스와 서울모테트합창단이 한 번씩, 그리고 바흐가 봉직했던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교회 합창단이 와서 한 게 전부다. 이번 공연은 예원학교 합창단, 서울베아투스 합창단, 서울모테트 스트링 앙상블, 돔 앙상블이 함께한다.

5월에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공연한다. 하이든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그가 세상을 떠난 5월 31일 하루, 오스트리아 하이든협회 주최로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펼쳐지는 '월드 크리에이션' 프로젝트의 하나다.

7월 바흐의 'B단조 미사', 10월 멘델스존의 합창 명곡도 올해 이 단체가 준비한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이다. 특히 10월 멘델스존 음악회에서는 국내외 한국인 작곡가 2명에게 위촉한 창작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문의 (02)579-7295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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