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의 도전은 아름답고 위대했다. 어제 결승전에서 일본에 아깝게 우승을 내줬지만,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야구가 보여준 열정과 투지와 멋진 승부는 세계 야구팬들을 열광시키고, 국민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일본은 물론 메이저 리거들이 즐비한 중남미 강호인 멕시코, 베네수엘라에 비해 분명 열세였다. 그러나 보란 듯이 그들을 꺾고 결승까지 올랐다. 거기에는 뛰어난 리더십과 전략을 가진 덕장 김인식 감독과 코치들이 있었고, 그들을 믿고 따르며 '나'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며 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이 있었다.
김 감독은 주어진 상황을 원망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이승엽 박찬호 등이 빠져 베이징올림픽 때보다 전력이 약하지만 그는 선수들을 믿었다.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어이없이 패했을 때도, 추신수가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어도, 선수들이 실수를 해도 실망하거나 책망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두려움을 이기게 하는 용기와 "우린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관심과 애정으로 선수들이 각자 능력을 110% 발휘하도록 만들었다. 어설프게 남의 것을 흉내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물러나야 할 때와 나가야 할 때를 냉철하게 판단했고, 꼭 이겨야 할 경기와 잃어도 괜찮은 경기를 선택할 줄 알았으며, 상황에 따라 어떤 작전과 선수가 필요한지를 알았다. 작은 승리에 자만하지 않았고,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기다릴 줄도 알았다. 이런 리더십이 있었기에 일본을 두 번이나 무너뜨렸고, 결승전에서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투지를 보였다.
한국야구가 거둔 성과는 단순히 WBC 준우승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도자와 국민이 어떤 마음과 자세로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김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과 한국팀 승패의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야구가 준 값진 선물을 무의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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