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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WBC 준우승/ '족집게 작전' 세계야구가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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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WBC 준우승/ '족집게 작전' 세계야구가 떨었다

입력
2009.03.25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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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 난간에 편치 않은 몸을 기대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 노(老)감독의 일거수일투족에 전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신들린 듯 적중하는 감독의 판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 대표팀의 하라 감독은 "모든 면에서 존경할만한 분"이라며 진심어린 경의를 표했다.

김인식(62) WBC 한국대표팀 감독의 '위대한 도전'이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떠밀리듯 맡았던 대표팀 사령탑. 그러나 그 대표팀에는 이승엽(요미우리)도, 박찬호(필라델피아)도, 김동주(두산)도 없었다.

백차승(시애틀)은 김 감독의 간절한 기다림을 끝내 외면했고, 김병현은 철없는 행동으로 감독의 속을 썩였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박진만(삼성)마저 결국 대표팀과 함께 하지 못했다.

역대 최악의 전력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아시아예선 통과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묵묵히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을 조련했다. 큰 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을 활용해 세계적인 스타들을 넘어설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김인식 감독은 아시아예선 순위결정전에서 일본에 통쾌한 완봉승을 거두고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절묘한 투수 로테이션과 용병술로 멕시코-일본-베네수엘라를 연파하고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이진영 이용규 고영민 추신수 등을 경기마다 활용하는 타순조정은 절묘하게 적중했다. 대회 내내 팔꿈치 통증으로 부진했던 추신수에게 끝까지 신뢰를 보냈다. 추신수는 베네수엘라와 4강전에서 쐐기 3점홈런, 일본과 결승전에서 동점 솔로홈런을 쳐내며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마운드에서는 부진한 '원투펀치' 김광현과 류현진 대신 봉중근과 윤석민을 내세웠다. 정현욱과 정대현, 임창용으로 이어지는 철벽 계투진을 구축했고, 김광현과 류현진은 고비 때마다 중간계투로 활용해 빈 틈을 메웠다. 일본언론은 2라운드 승자전에서 한국에 패한 뒤 "김인식 감독의 투수 운용에 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혀를 내둘렀다.

적시적소에 김 감독이 직접 조정한 수비 위치로는 상대 타구가 어김없이 날아 들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김 감독의 정확한 판단은 선수들의 투지와 어우러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미국 현지 중계진 조차 "김인식 감독의 작전은 백발백중이다. 김 감독은 모든 수비를 관리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은 낭비가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제 '국민 감독'은 야구계의 '월드스타'로 우뚝 섰다. 한국 야구를 세계최강으로 끌어올린 그에게 이 정도의 영광은 마땅하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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