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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아동도서전 개막/ 한국 그림책에 빠진 볼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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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아동도서전 개막/ 한국 그림책에 빠진 볼로냐

입력
2009.03.25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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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어린이책 잔치 '2009 볼로냐 아동도서전'이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의 박람회장에서 개막했다. 담황색 석조건물들이 고전미를 물씬 풍기는 고도(古都) 볼로냐, 이날은 도서전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든 전 세계 출판인들로 인해 국제도시 같은 활기가 돌았다.

평소 차량 통행이 많지 않다는 2차선 도로는 각국의 참관단을 실어나르는 버스들 때문에 주차장으로 변했다. 박람회장 입구에 내걸린 60여개 국의 국기 가운데 태극기가 맨앞에서 펄럭였다. 한국은 올해 46회를 맞는 이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했다.

오전 11시, 박람회장 안 주빈국관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의 정부ㆍ출판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주빈국조직위원장인 백석기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일러스트레이션은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자 이미지로 이야기를 생산해내는 작업"이라며 어린이책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해 "정적이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세계"라고 소개했다.

프란체스코 마리아 지로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은 "2009년은 유럽연합이 지정한 '창의력의 해'"라며 "주빈국인 한국이 올해 도서전에서 창의력과 문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무한한 상상력의 영역인 한국 아동도서를 매개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기 바란다"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은 최근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31명의 원화를 포함한 98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을 주빈국관에 마련했다. 박람회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통과하게 되는 이 공간에서, 도서전을 찾은 출판인들과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느라 오랫동안 멈춰섰다.

주빈국관과는 별개로 한국관이 자리한 박람회장 29관에도 예년의 두 배 규모인 35개의 한국 출판사와 관련기관의 부스가 설치돼 세계 출판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오르소디아 실레리씨는 마루별출판사의 부스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유로운 끼가 넘치는 우리 예술> 의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는 "호랑이 같은 동물을 강한 느낌이 아니라 따뜻하게 그린 점이 새롭다"며 "무척 추상적이면서도 묘사의 디테일을 잃지 않는 것이 한국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관을 둘러보던 브라질의 편집자 아드리아노 프레이타스씨는 "한국 작품들은 현대적 감각 속에 슬픔과 한 같은 정서를 녹여내고 있어서, 남아메리카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 출판인들과의 상담이 진행되는 각 부스에는 주빈국의 들뜬 기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학동네 최윤미 차장은 "몇 해 전까지는 남보다 먼저 계약을 맺고 싶은 책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것이 눈에 띄는 경우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한국 아동도서의 수준이 외국 못지않게 높아진 까닭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뛰어난 창의성을 보여주는 작품의 생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권 어린이책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고 하지만, 박람회장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역시 영미권 아동도서를 소개하는 부스였다. 그러나 '아기열차 토마스' 같은 만화 주인공으로 부스를 거대한 캐릭터 홍보관처럼 꾸민 이곳들도 곱씹어볼 문제를 던져주고 있었다.

아동도서 관련 상품 개발을 위해 도서전을 찾았다는 현대홈쇼핑 한용 팀장은 "몇년째 '잘 팔리는' 소수 브랜드(캐릭터)만 되풀이해 도서의 소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며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없다면 세계 아동도서 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박람회장을 벗어나서도 다양한 문화행사의 주인공이었다. 볼로냐 시청사에서는 한글의 원리와 조형미를 소개하는 '한글, 한국의 문자' 전시가 이날 주빈국 공식행사로 개막해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22일에는 시내 아레나 델 솔레 극장에서 경기도립국악단과 경기도립무용단이 전야제 행사로 '코레아 판타지' 공연을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볼로냐아동도서전은 한국의 다양한 주빈국 기념 프로그램과 함께 26일까지 계속된다.

볼로냐=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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