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남자가 입이 함지박만큼 큰 색시를 얻었습니다. 입이 큰 색시는 큰 가마솥밥을 혼자 다 먹어치우고도 모자라…"
제46회 볼로냐아동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볼로냐시 박람회장 2층 멜로디아홀에서 23일 오후 특별한 동화 구연이 열렸다.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마이크를 든 이는 빈센차 두르소(51) 베니스대 한국학과 교수, 귀를 쫑긋 세운 청중은 이탈리아 출판계 인사들이었다.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밥 안 먹는 색시> (김효숙 지음)를 구연, 한국 아동문학의 현지화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한국문학번역원이 마련한 자리였다. 밥>
이날 행사에 연사로 나선 두르소 교수는 한국의 문학작품을 이탈리아에 활발하게 소개하고 있는 전문가. 구상, 고은, 정현종의 시와 황석영, 양귀자, 은희경의 소설이 그의 번역에 의해 이탈리아 독자들에게 읽혔다.
웬만한 한국사람보다 우리말 어휘력이 풍부하고, 한국문학을 더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한국어로 한국문학을 이해하는 것은 내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1981년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한국에 들어갔어요. 당시만 해도 제가 아는 동양언어는 일본어와 중국어가 전부였죠. 그런데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기녀(妓女)문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 데까지 이어졌어요."
두르소 교수는 "문학작품에 있어 100% 완벽한 번역이란 죽을 때까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성적인 부분뿐 아니라 작가의 마음과 혼 속에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마감시간을 지켜가며 그걸 이루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번역을 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번역이 없으면 어떻게 두 나라가 만날 수 있겠느냐"며 "실수가 있더라도 계속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길을 묻는 질문에 두르소 교수는 "노벨상을 탈 수 있는 '레시피'는 없다"면서 "보편성도 중요하지만 특수성도 중요하다. 개개의 인간이 마음에서 느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고은의 시 '친구'를 예로 들며 "아주 짧은 순간에 언어와 문학, 인간의 보편성을 절감하게 만드는 작품"을 서구 사회에 전하고 싶은 한국 문학의 매력으로 꼽았다.
볼로냐=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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