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톡옵션? 스스로 반납해!
미 AIG 보너스 사태로 부실 금융 기업들의 ‘돈 잔치’가 중지되고 있다.
AIG 보너스 파문 이후 한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 고통분담을 잊은 채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등을 경영진에게 지급하려는 금융 기업들에 국민적인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들은 무분별한 보수체계를 바꾸는 것과 함께 다음달 2일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금융계 임금체제 개선 방안을 정식 의제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정부 구제 금융을 받은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포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다른 은행들도 같은 길을 걸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프레데릭 우데아 사장 등 경영진에게 5만~15만주를 나누어주었지만 최근 정부 압력을 받고 지급을 철회했고, 프랑스의 다른 5개 은행도 소시에테 제네랄의 전철을 밟았다.
이런 결과는 경제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서, 정부 지원으로 겨우 연명하는 금융계 경영진들에게 거액의 급여와 보너스를 지급할 수 없다는 프랑스의 국민 정서에서 비롯됐다.
프랑스 정부는 20일 구조조정 기업 경영자의 보너스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소시에테 제네랄의) 스톡옵션 부여 조처는 우리 모두를 당혹케 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영국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로드 터너 금융감독청 의장은 금융산업 정상화를 위해 경영진의 보너스를 포함한 임금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계가 먼저 ‘자진반납’하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 단스케 은행에서는 이사회에 대한 상여금 지급 계획을 취소했고, 정부 지원을 받은 피터 쿠러 스위스연방은행 회장은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상여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보험사 ING도 최고경영자의 주도로 임직원들이 지난해 받은 보너스 자진반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금융계를 신뢰할 수 없다며 더욱 강력한 제재 방안 마련을 희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독일 정부의 발제에 따라 다음달 G20 회의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의 연봉제한 등 각국의 부실은행에 대한 제재방안 및 임금체계 개선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황당한 금융계 임금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다면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 세금폭탄? 그건 좀 심했어!
미국 AIG의 거액 보너스를 세금을 통해 환수하려는 하원의 법안을 놓고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에서 ‘세금 폭탄’으로 기업을 ‘징벌’하는 것은 대중영합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옳은 정책 대응이 아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 AIG의 보너스 파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정치적 대응은 헌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레드 번스타인 부통령 경제담당 고문은 “하원 법안이 소규모 그룹의 사람들을 국소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과세를 이용하는 것은 헌법적 타당성과 법적 이슈에서 과도한 것이라고 대통령이 우려하고 있다”며 “위험한 방법”이라고 가세했다.
의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켄트 콘래드 상원 예산위원장은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서 “(중과세 부과가) 최선인지 의문”이라며 “일부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헌법상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예산위원회 소속의 저드 그레그 공화당 의원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AIG의 보너스 지급을 막기 위해 더 노력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AIG 보너스에 대한 중과세 법안이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역효과를 낼지 모른다”며 헤지펀드, 사모펀드와 같은 민간 투자자들이 이번 법안으로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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