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을 통해 고환율, 경기침체 상황에 대응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최근 고환율과 경기불황, 식품안전성 논란 등 식품 업계들의 미래가 짙은 안개 속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식품선두기업인 CJ제일제당도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지난해 원자재 곡물수입부문에서만 약 2,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비용절감과 핵심산업 주력 등 다양한 방어책을 펼치면서 위기관리 경영체제 마련에 적극 나선 김진수(58ㆍ사진) CJ제일제당 대표도 바짝 허리띠를 졸라맸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환율 및 대내외적인 경제상황 등으로 경영 변화의 폭이 매우 컸다.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했지만 계속되는 환율 상승세로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줄여야 하는 부분이 크다"며 "비수익 제품, 출혈경쟁이 심한 제품부터 줄여 군살을 제거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준비한 시나리오는 비수익 제품은 과감히 없애고 핵심상품으로 불황을 극복하는 것. 그는 "어느 한 제품이 잘 나가면 다른 업체들도 우르르 몰려 동시에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 품질경쟁이 아닌 판촉경쟁을 벌이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며 "업계 3,4위 제품은 과감히 퇴출하고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맛과 고품질 제품개발을 의미하는 '온리원(Only-One) 정신'에 입각해 만든 제품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촉비 및 불필요한 비용지출도 제거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판촉비 절감과 사내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제거하고 포장재료 실용화 등으로 약 67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났다"며 올해에도 약 1,000억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비용절감으로는 한계가 있고 새로운 상품과 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결국 환율 상승으로 피해를 입는 이유가 해외 원자재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 가공하는데다 내수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며 "내수비중과 해외시장 비중을 50대 50으로 할 수 있도록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시장 전망이 어두운 것도 문제다. 김 대표는 "내수 비중이 높은데 불황의 여파가 외식산업 침체, 식품산업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며 "신선식품 분야를 확대하고 불황기 소비패턴에 따라 1,000원 상품, 1인용 제품, 추억의 상품 등 실속 제품을 선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격인상에 관해서는 "사실 가격을 안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원가부담이 높지만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제품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70년 대에는 설탕과 밀가루 가격인상이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 소비자 물가지수 품목 가중치를 따져본 결과 밀가루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0.01%에 불과한 반면 통신비는 33%, 휘발유 31% 등으로 소비자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밀가루 및 설탕 가격인상이 소비자 물가를 좌우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까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비용절감과 해외시장개척을 통해 극복하고 수익안정화를 꾀하겠다"면서 "이번 불황을 계기로 기초 체력을 튼튼하게 만들어 향후 호황이 왔을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외시장개척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그는 "외국 사람에게 맞는 제품을 개발해 현지에서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까지 하는 방법과 높은 환율을 이용해 제품 수출을 높이는 방법 두 가지를 통해 글로벌화를 일궈내야 할 것"이라며 "향후 경쟁 초점을 해외시장에 두고 세계대표식품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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