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넘나들며 숨가쁘게 몰아치고 있는 '박연차 리스트' 수사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관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연루 가능성이다. 야당 일각에선 이미 이번 수사가 정치적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애초 노 전 대통령을 목표로, 또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내내 내세웠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기획한 수사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물론 펄쩍 뛰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사건의 본질은 박연차 회장을 통한 공직자들의 부패"라며 "누군가 대상을 설정해놓고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견상으로는 검찰 수사가 국세청의 탈세혐의 고발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이지만, 정권 차원에서 보면 하나의 기획 수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박 회장의 금품 살포가 구 여권 뿐 아니라 현 여권 인사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다만, 수사가 진전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의 혐의가 줄줄이 나오자, 최종적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까지 검찰의 칼 끝이 미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재임 초기에 대선자금 수사로 큰 홍역을 치른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불미스러운 돈을 받았을 것이라고 상상하긴 어렵다. 특히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도덕성을 무기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전 '당선축하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해온 바 있고, 이 자금을 측근 가운데 누군가가 관리해왔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또한 여전히 막연한 의혹 제기 수준일 뿐이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모 언론이 박 회장의 홍콩법인 자금이 미국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지인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은 "홍콩법인 계좌추적은 현지 금융당국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그런 사실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퇴임 후이긴 하나,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15억원을 빌린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둘 사이에 금전거래가 더 있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검찰은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직접적이든, 주변 인물을 통해서든 불법적인 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인규 중수부장은 일부 언론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 보도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분의 이름을 (금품수수 혐의로) 언급하려면 언론도 정말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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