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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분장실의 강 선생님' 한국 특유의 집단문화 집어낸 탁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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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분장실의 강 선생님' 한국 특유의 집단문화 집어낸 탁월함

입력
2009.03.25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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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TV '개그콘서트' 중 '분장실의 강 선생님'에 나오는 개그우먼 분장실에는 세 개의 계층이 나온다. 두 명의 막내들, 선배 안영미, 그리고 대선배 강유미다.

안영미는 백설공주를 연기하면서도 "우리 땐 다 한 번 먹어본 독사과"도 안 먹는 후배들의 '군기'를 잡고, 강유미는 세 사람을 다독인다. 이 때문에 강유미는 안영미와 달리 착한 선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강유미가 인자한 '강 선생님'인건 안영미가 미리 분위기를 잡기 때문이다.

강유미는 그가 분장실에 오기 전에 안영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모른 척 하지만, 왕년에 "급한대로 무대에서 애도 낳아봤다"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그가 분장실의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강유미의 행동은 군대에서 병장이 이등병을 '터치'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코너가 '분장실의 안 선배'가 아닌 '분장실의 강 선생님'인 이유다. 안영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분장실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건 강유미의 존재다.

여기에 '분장실의 강 선생님'의 탁월함이 있다. 안영미는 단지 못돼서 군기를 잡는 게 아니다. 그에게 당하는 후배들도 언젠가는 안영미처럼 후배에게 "우리 때는 안 그랬어 이것들아"를 외칠 것이다.

'분장실의 강 선생님'이 첫 방송부터 화제가 된 것은 그들의 웃기는 분장 때문만은 아니다. 이 코너는 독하게 구는 바로 위 선배 뒤에서 웃고만 있던 '선생님'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한국 특유의 집단문화를 디테일하게 집어낸다.

군대도, 회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돌아가고, 시청자들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개그우먼들 사이에서도 그런 광경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웃는다. 그저 재미있기만 할 줄 알았던 그들도 얼굴에 찍은 점 하나에 웃고 울며,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자신의 집단 안에서 다양한 압박감을 느낀다.

분장은 우스꽝스럽지만, 개그우먼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분장실의 강 선생님'은 이 과정에서 개그우먼, 혹은 여성 연예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을 개그로 발전시킨 순간, '분장실의 강 선생님'은 개그우먼들이 그들만으로도 '개그콘서트'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SBS '여우비-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나이 들면 늘 제한된 배역만 들어오는 여배우들의 고충을 다뤘다.

이제 한국의 연예계도 여성 연예인을 단지 화려한 '여자'로 보지 않고 똑같은 '사람'으로서 그들의 삶을 보기 시작한 걸까. '분장실의 강 선생님'을 보며 순간적인 웃음뿐만 아니라 여운과 미소가 남는 이유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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