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인 삼성SDS 사장은 허리춤에 항상 삼성전자의 '티옴니아' 스마트폰을 차고 다닌다. 이 스마트폰은 단순한 휴대폰이 아니다. 회사 관련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개발한 프로그램 '모바일 데스크'는 삼성그룹의 내부 전산 시스템인 '마이 싱글'과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이메일 송수신은 물론, 결재, 직원 조회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움직이는 사무실이다.
그래서 김 사장은 고객사 미팅 등 현장에 있는 시간이 많다. 밖에 나가서도 급한 서류 결재와 이메일 확인을 위해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무선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업무를 볼 수 있어서 해외 출장 때도 스마트폰을 갖고 다닌다. 그래서 요즘 외부 고객들을 만나면 모바일 데스크부터 자랑한다.
앞으론 김 사장 혼자만의 자랑거리에 머물지 않게 됐다. 삼성그룹이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주요 임직원들에게 모바일 데스크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한 모바일 오피스 제도를 본격 추진하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1월부터 최근까지 계열사 CEO 및 삼성전자 주요 임원들, 삼성SDS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모바일 데스크'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모바일 오피스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 관계자는 "모든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방안은 삼성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우선 적용하고, 차차 모든 계열사로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 직원들은 브리티시텔레콤(BT) 등 글로벌 기업들처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모바일 오피스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 제도가 가장 잘 돼 있는 IBM의 경우 아예 사무실을 없애고 직원들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장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사무실은 회의 등 공동 업무를 위해서만 활용한다. 그만큼 생산성을 높이고 경비를 줄일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들어 현장 경영을 부쩍 중시하는 삼성도 모바일 오피스 대열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모바일 데스크를 사용 중인 삼성전자 임원은 "해외 출장 등 밖에서도 급히 직원들 연락처나 메일을 확인하고 결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편리하다"며 "이제 삼성 직원들은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생긴 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휴대폰을 분실하면 회사 기밀이 새어나가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이메일이나 결재 서류를 검토할 때 암호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호를 매번 묻거나 5분 단위로 묻는 등 입력 빈도는 이용자가 설정하면 된다. 스마트폰을 분실해도 즉시 회사에 연락하면 자동으로 해당 스마트폰 번호는 삼성 전산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된다.
삼성SDS와 삼성전자는 이를 활용한 글로벌 사업도 준비 중이다. 모바일 데스크를 개발한 삼성SDS는 이를 외부 기업에 맞게 변형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또 해외 수출을 위해 독일 전사적 자원관리 프로그램(ERP) 개발업체인 SAP 등과 협력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도 '블랙잭'과 '옴니아' 등 자사 스마트폰을 캐나다의 '블랙베리'처럼 세계적인 기업용(B2B) 휴대폰으로 만들기 위해 모바일 데스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블랙베리의 경우 이메일 송ㆍ수신, 문서 작성 등이 편리해 해외 비즈니스맨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도 삼성SDS에서 모바일 데스크를 주문 기업의 용도에 맞게 변형해주면 스마트폰에 탑재해 대량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 판매보다 물량도 늘어나고 휴대폰의 B2B 시장이라는 새로운 분야도 개척할 수 있다.
반면 업무량 증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이 통하는 곳에서는 항상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일에서 자유로운 시간이 줄어들고 부담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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