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인맥을 트고 유지하기 위해 통 크고 화끈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평소에는 특별한 민원을 하지 않고 조건 없이 퍼 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산 뒤 나중에 필요하면 이용하는 스타일이다.
국내에서만 그런 게 아니고 해외에서도 통 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한 국가를 방문했을 때 마침 수해가 발생해 해당 장관이 도움을 요청하자, 박 회장은 장관이 타고 온 봉고차에 현금을 가득 채워 돌려 보냈다고 한다.
박 회장이 은행대출을 받으러 갔을 때 창구직원에게 파격적 보은을 했다는 소문도 떠돈다. 대출직원이 "요구하는 금액이 규정상 안 된다"고 하자 박 회장이 백지수표를 내밀며 "당신 퇴직금의 3배를 적으라'고 했다고 한다.
두 소문 모두 과장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의 평소 스타일에 비춰 볼 때 전혀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영남권의 한 여당 의원은 "200억원을 벌면 100억원을 쓰는 사람"이라며 "씀씀이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이런 박 회장의 모습은 허풍이 세고 자기를 과신하는 돈키호테식 성격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 한 자동차회사 경영진이 "자동차 시트공장을 해 보라"고 권하자 박 회장이 "스케일이 큰 내가 그런 푼돈을 위해 일하느냐"고 거절했다는 일화가 그런 성격을 잘 보여 준다.
박 회장은 한번 만나 마음에 들면 곧바로 친밀한 관계로 만드는 호형호제 스타일로 유명하다. 몇 차례 단체 오찬에서 그를 만난 한 참여정부 인사는 "아무나 보면 '형님' '누님' '동생'하면서 끌어안고 밥 사고 술 사는 특이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날아가는 새한테도 술 사줄 사람"이라며 "부산시장 이름은 몰라도 부산에서 술 제일 잘 사는 박연차 이름은 다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거침없는 언행은 그를 만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좋게 비쳐졌다. 김해지역 한 인사는 박 회장에 대해 "아프리카 추장이 커다란 호랑이 가죽 붙여 놓고 폼잡는 장면이 연상됐다"며 "그러나 소인배처럼 시비를 거는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는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정권이 바뀌어도 한번 인연을 맺은 정치인은 꾸준히 챙겼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여야, 전ㆍ현 정권을 가릴 것 없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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