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으로 이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죽음을 앞둔 대만 천주교의 정신적 지주 산궈시(單國璽ㆍ86) 전 추기경이 이 말로 지인들과 마지막 정을 나누었다고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 등이 22일 보도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말 "고맙습니다. 사랑하십시오"를 연상시키는 이 발언은 산궈시 전 추기경이 자서전 '사랑으로 살기' 출판을 기념하고,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생전 고별식'에서 나왔다.
1923년 중국 허난(河南)성에서 태어난 산 전 추기경은 1998년 대만 최초로 추기경에 올랐고 2006년 추기경직에서 은퇴했다. 그 직후 곧바로 폐암이 발견돼 3년째 투병하고 있다.
대만 언론은 타이베이 중정기념관에서 어우진더(歐晉德) 대만 고속철 사장 등 대만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별식이 "이례적으로 슬프지 않았다"고 전했다.
산 전 추기경은 "마음껏 노년을 누려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뜻하지 않게 폐암 선고를 받았다"며 "그때 천주께 '평생동안 당신의 종이 되어 전도를 했는데 늙은 저를 어찌 쉬도록 허락하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천주께서 '늙고 병든 폐품아, 폐품 재활용도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발병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또 "암 환자들의 3분의 1은 그 병에 놀라서 세상을 떠난다"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세인들과 환자들에게 질병과 죽음에 편안해 질 수 있는 심적 안정을 전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인간이 신앙과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어지러운 정치나 경제 위기 등을 해결할 수 있다"며 "이미 80년 이상을 써온 신체 기관이지만 쓸모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며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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