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64ㆍ구속기소) 태광실업 회장이 민주당 서갑원 의원에게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서 의원을 포함한 현역 국회의원 2, 3명을 이번 주중 소환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부장 이인규 검사장)는 최근 박 회장으로부터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있는 한국 음식점 사장인 지인을 통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서 의원에게 수만 달러를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 그러나 서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문제의 식당에 간 사실도 없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서 의원을 포함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있는 의원 2,3명에 대해 출석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대상에는 야당만 아니라 여당 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음달 임시국회 이전에 현역 의원과 관련한 수사는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박정규(61)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2004년 12월 박 회장으로부터 액면가 5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1억원어치를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받은 상품권을 민정수석의 직무와 연관된 포괄적 뇌물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재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박 회장에게서 불법 선거자금 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장인태(58) 전 행정자치부 2차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67)씨로부터 "마음 크게 먹고 (장 전 차관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장 전 차관에게 선거자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검찰은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 대해서도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의원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박 회장한테서 달러와 원화로 모두 2억원 가까운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정대근(구속수감)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도 1,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 의원은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현역 국회의원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 이 의원이 처음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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