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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2주년 맞은 공항철도… 텅 빈 전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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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2주년 맞은 공항철도… 텅 빈 전동차

입력
2009.03.25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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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20분, 인천국제공항이 종착역인 인천국제공항철도가 출발하는 김포공항역. 전동차 문이 활짝 열렸지만 탑승하는 승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총 6량에 280석의 열차는 플랫폼을 힘차게 떠났지만 객차내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전동차 한 량에는 60대 노부부만이 차창 너머 먼 곳을 바라보고 있고, 다른 한 량에서는 40대 남자 혼자 신문을 읽고 있다.

한 켠에는 큰 대자로 누워 낮잠을 즐기는 승객도 눈에 띄고, 아예 객차가 텅 비어 있는 곳도 다반사다. 중간역에서 새로 타는 승객들은 거의 없고,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승객들만이 하나 둘 씩 내려 사라진다.

철도 관계자는 "출ㆍ퇴근 시간대를 제외하면 낮 시간대 이용객은 40~50명 수준이고, 이보다 더 적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인천 공항신도시에 사는 주부 김모(39)씨는 "한달에 두 세번 공항철도를 이용하고 있는데, 승객이 없어 편하기는 하지만 이용객이 없는 공항철도를 왜 개통했는지 모르겠다"며 어이없어 했다.

국내 유일의 민간철도인 인천국제공항철도가 23일로 개통 2주년을 맞았지만 승객 없는 '공황철도'로 전락하고 있다. 공항철도 이용객이 예측 수요의 10%정도에 그치는 바람에 정부는 민간사업자인 공항철도㈜측에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혈세로 보전해주고 있어 '물먹는 거대한 하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공항철도㈜에 따르면 공항철도 하루 이용객은 2007년 1만3,200명에서 2008년 1만6,500명, 올해 2월말 현재 1만8,000명 등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당국은 개통 이후 하루 이용객이 20만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용객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용객 가운데 80%는 공항 종사자들이며, 10%는 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 나머지 10% 정도만이 순수 외지 이용객들이다.

이용객들이 공항철도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버스에 비해 공항까지 시간이 최고 2배 걸리고, 편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 현재 공항철도는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1단계 구간만 개통돼 있어 강남 등 다른 지역에서는 이용이 크게 불편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역, 서울시청, 신촌 등지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할 경우 공항 직행버스에 비해 40분 이상 더 소요된다.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46)씨는 "공항철도는 강남권에서 이용하기도 힘들 뿐더러, 출국장에 바로 도착하는 공항버스와는 달리 250m 이상을 걸어야 출국장에 도착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싼 요금도 문제다.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직통열차 요금은 8,200원, 일반열차 요금은 3,200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역 웬만한 곳에서 인천공항까지 1만원 정도만 내면 공항버스를 탈 수 있어 굳이 공항철도를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공항철도측은 직통열차 요금을 일반버스 요금으로 할인해주는 등 승객들을 끌기 위해 안간힘이지만 이용자들은 늘지 않고 있다.

승객들이 공항철도에 등을 돌리는 탓에 정부는 엄청난 혈세를 공항철도에 쏟아붓고 있다. 2040년까지 예측 수요의 90%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분을 모두 메워 주도록 민간사업자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 1,040억원의 부족분을 혈세로 지원했으며, 2008년에도 1,400억원 적자가 발생해 그 만큼 보전해줘야 할 상황이다.

엄청난 적자 보전은 빗나간 개발 수요 등에서 비롯됐다. 한국교통발전연구원 관계자는 "경제특구인 영종신도시 개발사업은 2009년 등으로 지연됐고, 김포공항 등에서 환승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개통이 연기됐으며, 10~12호선 등은 아예 백지화돼 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공항이용객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할인 혜택과 홍보 등 정부차원의 효율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는 "민자사업자 대신 정부가 직접 사업을 인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처럼 철도 건설은 국고로 하고, 운영사는 경쟁 입찰로 선정해 운영 효율화를 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항철도 관계자는 "인천공항주변 개발이 가시화돼 인구가 늘고, 김포공항에서 서울역까지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이용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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