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연례적 '프랑스어 주간'임에도 불구, 품위없는 말투로 유난히도 모국어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요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민자 가정 출신인 사르코지 대통령은 평소에도 까다로운 프랑스어의 명사와 동사 변화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교사들과 프랑스 지상주의자의 분노를 산 것으로 유명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총알을 쏘아대듯 빠르고 비속어까지 섞인 어투는 그가 2007년 대선에서 당선되는데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이런 화법은 인기가 떨어진 지금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무식한 속물'이라는 이미지를 갈수록 강하게 만들고 있다.
인상이 나빠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초 자신에 야유하는 시민에게 "꺼져라, 불쌍한 동성애자 놈'이라고 욕한 사건이었다. 퍼스트 레이디인 카를라 브루니는 남편이 아름다운 글을 아주 사랑하는 인물로 보이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헛수고였다.
일간 파리지앵은 최근 사르코지 대통령의 문법을 무시하는 특유의 말버릇을 겨냥해 "몰리에르도 무덤 속에서 돌아 누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어 보존운동(Sauvez les Lettres)의 파니 카펠 회장은 23일 영국 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린 교육도 받지 못하고 무식한 사람을 국가원수로 모시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부정문에서 명사와 동사 사이에 'ne'을 빼먹는 구어체를 쓰고 있다. 또 그는 "J'ecoute mais je tiens pas compte(듣고 있지만 주의를 기울이진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여기에 때때로 'je ne sais pas(모른다)'보다는 'ch'ais pas'라는 슬랭을, 'je suis(나는)' 대신에 비속어인 'ch'uis'를 사용하기도 한다.
남에게 친근감을 주려고 애써 하층계급을 흉내내는 듯한 사르코지 대통령의 어법은 프랑스어가 국민을 한데 뭉치도록 하는 원천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귀를 거슬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대 최고 지도자들은 어문학 방면을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이는 나폴레옹과 샤를 드골 같은 군인 출신 정치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비평가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불명예스러운 전범을 세웠다면서 그가 경박한 젊은 세대의 언어로 인기를 끌려 한다며 공박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어록'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쓴 장 베로니스는 "사르코지 말투는 천생적"이라며 "그는 학식이 많지도 않고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다. 정치인들은 어떤 수준에 도달하면 자신을 가다듬을 줄 알지만 그는 그런 게 없다. 전형적 졸부 스타일"이라고 혹평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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